배고파 음식 훔친 남성 도와준 경찰, 일자리 얻어 보답한 남성

부산 사하署 박영도 경위, 애처로운 마음으로 도움 줘

거처가 없어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30대 남성이 경찰관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은 뒤 다시 경찰서를 찾아가 당시 자신에게 준 3만원을 되돌려주고 있다./사진제공=부산경찰청


배가 고파 음식을 훔쳐먹은 30대 남성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경찰과 자신이 번 돈으로 경찰 손길에 보답한 남성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7일 부산사하경찰서에 따르면 A(36)씨는 지난해 12월20일 오후 10시35분께 사하구의 한 경로당에 들어가 쌀과 김치를 훔쳐 먹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A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13차례에 걸쳐 음식을 훔쳐 먹은 것을 경찰에 시인했다. A씨는 경찰에서 “물건을 훔친 사실은 없지만 춥고 배가 고파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 당시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로 부산교도소에서 절도죄로 출소한 뒤 복역 중 벌어놓은 돈으로 찜질방 등을 전진했다. 복역 당시 어깨를 다쳐 마땅한 일자리도 구할 수 없었다. 이후 돈이 떨어져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한데다가 날씨까지 추워지자 A씨는 6일 오후 9시께 인근 경로당에 몰래 들어가 전기장판을 켜고 추위를 피한 뒤 냉장고에 있던 밥과 김치를 꺼내 먹었다. 몸을 녹인 뒤 경로당을 나올 때는 설거지 등 청소를 하고 나왔다.

A씨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일가친척이 없는 상태로, 남아 있던 하나뿐인 혈육인 친형도 3년 전 질병으로 숨지자 한글을 정확히 읽고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홀로 생활을 하면서 지내왔다. 이 같은 성장 과정을 듣고 A씨를 안쓰럽게 여긴 박영도 사하경찰서 경위는 따뜻한 밥 한 끼 사 먹으라면서 3만원을 준 뒤 부산법무보호복지공단에 연락, 직접 A씨와 함께 복지공단으로 가서 숙식과 일자리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 뒤 A씨는 근무 중인 박 경위를 찾아와 복지공단 근처 청과물시장에서 일자리를 얻었다며 당시 박 경위에게 받은 3만원을 돌려줬다. 박 경위는 “당시 A씨가 경찰서를 나가면 거처할 곳이 마땅히 없어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머니에 있던 돈을 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해당 경로당에서도 쌀과 김치 이외에 다른 피해가 없다며 A씨가 자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처벌을 안 하겠다는 서류를 경찰에 제출했다. 또 A씨의 벌금에 보태라면서 경로당 노인들이 십시일반 소정의 금액을 모아 A씨를 돕기로 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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