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장은 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소월산천 논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립국악원도 문체부 소속 기관이라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우리도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2015년 11월 앙상블 시나위가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무대에 올리려던 낭독 음악극 ‘소월산천’ 공연에 대해 “박근형과의 협업을 배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앙상블 시나위가 이를 거부하자 결국 공연을 취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연출은 연극 ‘개구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이후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심사에서 신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의 지원 포기까지 종용당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 원장은 기자가 ‘정부의 압력이 있었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냐’고 재차 묻자 “있었죠. 없었다고는 못 하죠”라고 답했다. “당시 나는 KBS국악관현악단과의 일로 미국에 있었다”고 선을 그은 김 원장은 다만 “공연 일주일 전 프로그램 내용을 확인했는데, 자연음향으로 공연을 펼칠 공간에 극이 들어온다고 해 담당 과에서 당황했다고 들었다”며 “해당 작품은 4월 국립국악원에서 이미 공연한 바도 있다더라”고 설명했다.
박 연출의 협업을 배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용호성 기획운영단장(현 주영국한국문화원장)에 대해서는 “그분이 문체부에서도 일했기에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고, 조직(국립국악원)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았겠느냐”며 “방법이 잘못됐다 해도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는 조직을 지킬 것”이라고 옹호했다.
가야금 명인이기도 한 김 원장은 “국악인의 입장에서 예술가들은 예술에 집중하는 게 좋지 정치에 연관되는 것을 싫어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기 전에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국립국악원이 국가 기관이라는 입장도 있어 100% 나 혼자만 결백하게 있을 수는 없다.” *
한편 박근형 연출은 이날 오후 열린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 발표 간담회에 참석해 “결국 우리가 선택(선거)을 잘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 연출은 “명단이 있다는 것은 그전에도 떠도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표현으로 인해 불이익 받지 않는 때가 오려면 우리가 우리의 주권을 잘 행사해야 한다. 앞으로 선거를 잘해야겠다”고 말했다. 박 연출이 작·연출을 맡은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오는 5월 13일~6월 4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재공연을 올린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