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침체로 경제성장의 엔진마저 멈춰가는 엄중한 현실에서 나라를 이끌겠다는 대선주자들이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대기업 이지메(괴롭힘)’에 나선 것이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회오리 속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이라 대기업의 편법·불법행위를 엄중히 다스리라는 민심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경제불황과 양극화의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표를 얻겠다는 전략은 도가 지나치다는 평가다.
본격 대선정국에 접어들면서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기업 관련 공약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재벌 개혁을 넘어 재벌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노동자 출신 대통령’을 기치로 내건 이재명 시장은 삼성 해체를 천명했다. 그는 삼성 등 대기업을 향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이 시대 최고권력 재벌체제를 해체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정경제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법인세도 22%에서 30%까지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재벌총수 일가를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사익 편취 등 수많은 기업범죄의 몸통”이라고 표현했다. 검찰·경찰·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엄벌하겠다고 주장했다.
범여권인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도 재벌개혁에서 연일 ‘좌클릭’ 행보를 보인다. 유 의원은 출자총액제한 강화, 기업 오너 횡령·배임 처벌 강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거론했다.
그러지 않아도 삼성·현대자동차·LG 등 대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대선주자들의 이 같은 경제 현실 인식은 우리 기업을 밖으로 더 내모는 요인이 된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양극화의 원인을 재벌 문제 탓으로 보고 재벌을 해체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가 경제가 더욱 어려워져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원인과 대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