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정농단사태로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성장정체와 고용절벽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4%로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67.6%를 기록한 후 18년 만에 최저치였고 성장률은 몇 년째 2%대에 머물러 있다. 실업자수는 구직활동을 중단했거나 단념한 인구까지 합치면 200만명이 넘었고 청년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리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일자리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떨어지고 새로운 성장산업이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우리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해외발 초대형 악재도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비관세 장벽을 통한 우회적인 보복성 마찰을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제시한 중국에 대한 관세 등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미중 간 무역·환율전쟁이 본격화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론은 분열되고 정치 리더십은 실종 상태다. 극단적인 정치혼란과 그에 따른 사회분열과 대립이 거의 국가의 미래를 위협할 수준이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에 고민해야 할 주요 대기업들은 특검수사에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권주자들은 일정도 안 잡힌 대선레이스에 표만 의식한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이 한둘이 아니고 소요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도외시한 채 마구 퍼주겠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식이면 누가 집권하든 사회분열은 더 극심해지고 나라 곳간은 비어갈 게 뻔하다. 심각한 정치·사회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장기 경기침체까지 겹친다면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국가부도를 경험한 그리스나 남미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정치적 혼돈에서 오는 불확실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정치와 안보·경제·사회 등 모든 면에서 잘못된 정치로 인한 적폐를 청산해 낡은 틀을 깨고 새 살이 돋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리더십이 절실하다.
기회는 조만간 가시화될 대선이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차기 대선 일정이 확정되면 경제단체 입장에서 후보별 정책공약을 평가해 여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는 표심만 잡고 보자며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아닌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등 당면한 경제위기의 파고를 극복하고, 국민 대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실력과 비전을 갖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