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웰 관성항법장치 ‘탈린(TALIN)’이 탑재되는 한화테크윈 K9 자주포 모습./사진제공=한화테크윈
김세환(상무) 넵코어스 방산기술본부장이 지난 2일 대전시 유성구 넵코어스 본사 내에 있는 관성항법장치 ‘탈린(TALIN)’ 전용 시험동에서 진동시험기 위에 놓인 탈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대전=한재영기자
전 세계에서 한 해 46조원(2016년 기준)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는 글로벌 기업 하니웰은 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서 큰 모험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자본금 82억원 규모의 신생 방산업체 넵코어스에 자사 고유 기술의 관성항법장치 ‘탈린(TALIN)’ 제조 기술을 전수하기로 한 것.
탈린은 하니웰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45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핵심 방산 물자다. 자주포 무기 체계에 탑재돼 GPS 위성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도 적군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내 타격하도록 돕는다. 인체로 치면 두뇌다.
2일 대전시 유성구 넵코어스 본사에서 만난 백준수 하니웰 우주항공사업 아태지역 담당 매니저는 “하니웰이 전 세계적으로 중소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추진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유사한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일본에서 하니웰은 대기업과 손잡고 기술 이전했다.
하니웰이 넵코어스에 탈린 제조 기술을 전수하기로 한 것은 방위사업청과의 절충교역 합의에 따른 것이다. 절충교역은 해외 방산업체로부터 방산 물자를 수입할 때 반대급부 차원에서 일부 기술도 함께 이전받는 국제 무기 거래 관행이다.
하니웰은 K9·K55A1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테크윈에 탈린 900억원어치를 수출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파생된 절충교역으로 하니웰은 국내 업체인 넵코어스에 탈린 제조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하니웰이 설립된 지 5년이 채 안 된 넵코어스와 절충교역 합의를 맺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전수받을 ‘깜냥’이 되냐는 우려가 컸다. 이들이 맺은 절충교역 규모는 200억원. 넵코어스 한 해 매출액(300억원)의 70%에 맞먹는 금액이다.
백 매니저는 “기술 이전 대상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후보군에 국내 대기업도 있었지만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한국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넵코어스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넵코어스가 탈린 제조를 위해 10억원을 들여 세운 시험동에는 진동 시험기와 온습도 챔버, 회전시험 테이블 등이 가득 차 있었다. 김세환 넵코어스 방산기술본부장(상무)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검사 장비라 하더라도 이를 통해 초정밀 항법장치를 만들어내는 게 바로 하니웰의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넵코어스가 생산한 탈린은 미국 플로리다주 하니웰 클리어워터 공장으로 수출된다. 하니웰 본사에서 직접 검증한 후 이를 K9 자주포가 생산되는 한화테크윈 창원 공장으로 다시 수출한다.
백 매니저는 “향후에는 넵코어스가 만든 탈린을 굳이 미국에 보내 검증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넵코어스가 직접 한화테크윈에 납품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