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은 정윤하(사진) 선임연구원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루게릭병 및 전두엽 치매와 관련된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크립틱 엑손)’이 세포 종류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 현상을 찾아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오픈 저널인 ‘몰레큘러 뉴로디제너레이션’에 게재됐으며 정 연구원이 제1저자,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필립 왕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근육 세포가 마비되는 루게릭병과 신경세포가 퇴행하는 전두엽 치매의 공통 특징 중 하나는 ‘티디피43(Tdp-43)’라는 단백질이 핵 안에서 발현하지 못하고 세포질에 침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티디피43’가 정상이면 크립틱 엑손의 발현을 억제해 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지만, 문제가 생기면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동 연구팀은 ‘티디피43’ 단백질과 크립틱 엑손의 상호작용을 관찰함으로써 루게릭과 전두엽 치매의 발병 메커니즘을 파악하려 했다. 연구팀은 ‘티디피43’이 원하는 세포에서 발현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한 쥐를 이용해 실험했고, 그 결과 근육세포와 신경세포 등 세포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종류의 크립틱 엑손이 발현된 것을 확인했다. 과거 줄기세포 연구에서 얻은 크립틱 엑손 발현 결과와도 달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루게릭병이나 전두엽 치매 등 세포에 따라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 이유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티디피43 단백질과 크립톤 엑손이 퇴행성 뇌신경계 및 근육질환의 진행 과정에 독특한 방법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관련 질환의 치료제 개발과 조기진단 마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4대 뇌연구 기반연구사업’ 등의 예산 지원으로 진행됐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