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변호사 준영은 속물근성이 다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우의 사건이 조작됐다는 근거들을 찾아내고, 현우가 무죄라는 심증을 굳히면서 둘 사이에는 형성되는 믿음 관계를 정우는 휴먼 스토리로 연기해 냈다. “현우가 무죄라는 걸 처음부터 알지만 이것을 교란하는 에피소드들이 발생할 때마다 현우를 의심해요. 한 번에 믿음이 생기지는 않죠. 그런데 믿음이 쌓여가면서 사람을 믿게 되는 거고, ‘재심’은 한 인물을 이해하고 믿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산발적으로 흩어진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재구성해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를 가진 탄탄한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로펌 대표(이경영)에게 의뢰인에게 전 재산을 받아본 적 있냐고 묻고는, 자신은 받아본 적이 있다면서 현우에게 받은 17만 3,000원이 든 봉투를 내보이는 장면은 시나리오 상에서도 멋스러운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오글거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영화 보신 분들이 좋게 봐 주시더라고요.”
속물 변호사 준영의 심리변화는 약자인 현우에 대한 관객 나아가 사회적 시선의 변화이기도 하다. 준영의 느낌대로 관객이 그대로 따라갈 수 있었던 데는 정우의 연기력이 결정적이었다. “촬영하면서 “한 번 더,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정말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거든요.“
‘재심’은 ‘설마 이런 일이 정말 벌어질 수 있는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기구한 사건인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까닭에 기획 단계부터 주목받았으며, 크라우드 펀딩(1억3,000만원) 조성에 성공한 다섯번째 영화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60만명 가량이며, 이를 넘기면 투자자들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오퍼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