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가계소득 높이고 노동시장 개혁해야”=서울경제신문이 9일 경제학자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 타개를 위해 가계소득 증대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차기 정부의 선결 과제로 꼽았다.
성장세 회복을 위해 차기 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문가 중 40%는 ‘소득 증진 통한 가계소비 여력 확대’라고 답변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동력 개발(24.4%) △기업 구조조정(20%) △재정 확대를 통한 수요 진작 정책(15.6%)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 갈등의 근원인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68.9%)’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복지재정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8.9%였다.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 도입’은 6.7%로 응답률이 크게 낮았다.
◇보호무역주의 외환에 가계부채 내우=현 경기 진단에 대한 질문(복수선택)에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큰 위협요인은 ‘보호무역주의 확산(62.2%)’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신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반등하고 있는 우리 수출에 직접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응답이 53.3%로 절반을 넘었다. 2년 가까이 마이너스 행진을 해오던 우리 수출은 지난해 11월 반등에 성공해 1월까지 세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보후무역주의 확산이 중국에는 직접적 영향을 주겠지만 우리나라에는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답변은 44.4%였다.
두 번째 위협요인은 ‘가계부채 및 내수 부진(55.6%)’이 꼽혔다. 대통령선거 등 국내 정치 리스크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응답도 42.2%로 뒤를 이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응답은 28.9%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와 관련해서는 1~2번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답변이 57.8%로 가장 많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정대로 3번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답변은 37.8%였다. 연내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예상한 답변(4.4%)도 있었다.
이 밖에 해운·조선 등 주력업종의 구조조정,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22.2%에 달했다. 중국 경기 불안이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은 13.3%였다.
◇2% 초중반 성장…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경제성장에 대한 전망도 암울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2.7% 성장했다. 올해 성장률이 2.0~2.3%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답변은 42.2%에 달했다. 1%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답변도 8.9%나 됐다. 2.4~2.6%로 소폭 낮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42.2%였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6%. 대부분의 전문가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표가 이보다 낮을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2.7~2.9%로 같거나 다소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은 6.7%에 불과했다.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 물가만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가계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이 5%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부진을 탈피하지 못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한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 40%였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오름폭이 가팔라지면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이 37.8%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가능성 없다’는 답변은 15.6%에 그쳤다.
올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놓고는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답변이 42.2%로 가장 많았다. 상반기(13.3%), 혹은 하반기(28.9%)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답변이 42.2%로 팽팽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경우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상반기 한 차례(8.9%), 하반기 한 차례(6.7%) 등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답변은 15.6%에 그쳤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