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특별전으로는 최다 관람객을 기록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집트 보물전’에 가족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45일간 16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주부 김연수(39)씨의 7살, 4살 아이들은 아침이 되기 무섭게 인근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으로 달려간다. 목적지는 1월 시범 운영 후 지난 1일 문을 연 어린이 놀이공간 ‘하트탱크’다. 분홍색과 초록색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탱크 모양의 미끄럼틀과 작은 공으로 채워진 하트모양 볼풀도 5개나 있어 감성도 키우고 뛰놀기 좋은 ‘미술관 속 놀이터’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북서울미술관은 어린이 인구 비중과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 관심 등 지역 수요를 다각도로 반영해 기존 아트샵을 없애고 106.1㎡(약 32평) 규모의 어린이 공간을 꾸몄다. 미술관 측 관계자는 “관람 편의를 위한 부대시설인데 전시장보다 부각될까 우려된다”며 “입장 대기자는 자연스럽게 전시관람으로 이끌고 있다”고 귀띔했다.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몰리고 있다. 항온·항습으로 관리되는 뮤지엄이라 추위 걱정도 없는데다 전시를 통한 교육적 효과도 높아 1석2조 놀이터다.
가족관람객의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이집트 보물전’이다. 지난 연말 개막해 45일간 16만4,000명 이상이 관람했고 교육단체 관람객은 2만 명에 달했다. 겨울 특별전으로는 박물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박물관 측 관계자는 “업계에서 ‘인상주의와 이집트 전시는 불패(不敗)의 아이템’이지만 방학 특수 블록버스터 전시는 여름철 관객이 많은데 이례적 인기”라며 “화려한 장식의 미라를 실제로 볼 수 있는데다 230여 유물을 통해 이집트 문명과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 교육적”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해 박물관 복도에 모여앉아 토론하거나 드러누워 그림 그리는 어린이 관람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곳 어린이 박물관도 지난해 관람객이 67만 명으로 꾸준히 인기다. 올해도 1월에 6만명이 다녀갔다. 쾌적한 관람을 위해 시간대별 입장객을 제한하는데, 주말 관람은 2~3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교육프로그램 참여율이 유난히 높다. 지난해 어린이박물관 전시관람객 27만3,000여명 중 교육참여자 수는 26만명 이상이었다. 특히 민속박물관은 어린이 관람객이 부모세대가 성장기에 경험한 전통을 ‘체험’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둔다. 내년까지 2년간 계속될 상설전시로 ‘신화 속 동물이야기’가 열리고 있어 서양 신화에 익숙한 자녀들에게 한국의 신화를 알려줄 수 있으며, 특별전 ‘나무를 만나다’가 8월까지 계속된다.
삼성미술관의 방학 교육프로그램 ‘리움 키즈’는 12명 정원의 4일짜리 프로그램으로, 접수 신청 개시 즉시 마감되는 인기 강좌로 유명하다. 미술관에서 원작을 감상한 후 그 느낌을 실기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문화 향유의 저변확대를 향한 긍정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병식 경희대 미술학과 교수는 “감성과 논리 융합형 미래 인재상을 키우기 위한 부모의 교육적 수요까지 감안하고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반영하면 국내 40~50개의 어린이뮤지엄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한 실정”이라며 “문화시설 대부분이 성인 위주이고 연구성과나 연구자도 부족하기에 꾸준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