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오후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를 찾아 현장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문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50만개 창출 공약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근로시간 단축” 외치면서 관련법은 5년째 국회 계류=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대권 잠룡들은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우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근로시간을 줄여 민간 부문에서만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주 52시간 이외의 초과근로를 법적으로 금지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1주일에 최대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까지 일을 시켜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칼퇴근’을 보장하고 연간 초과근로시간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에 따른 임금 하락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의 여가 보장과 추가 고용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지만 정작 여야는 주당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관련 법안을 놓고 지난 2012년 5월 첫 발의 이후 5년 가까이 힘겨루기만 하는 실정이다.
당초 여야는 추가 연장 근로(8시간) 허용과 단계적 시행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으며 19~20대 국회에서는 기간제법·파견제법 등과의 패키지 처리를 둘러싸고 평행선만 달렸다.
재계 관계자는 “저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면서 법안은 수년째 묵히는 정치권의 행태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희정(가운데) 충남지사가 지난 6일 오전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아르바이트 대학생과의 간담회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 지사는 법정노동시간 준수공약을 내놨다. /연합뉴스
◇“비정규직 총량 제한” 노동시장 경직 우려=여야 후보 가릴 것 없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승민 의원 캠프에서는 기업 규모별로 고용 가능한 비정규직 총량을 제한하는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최근 한 방송 대담에서 “웬만한 사업장은 비정규직 채용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기업이 비정규직을 너무 쉽게 활용하지 못하도록 비율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이에 대해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고용 형태를 총량 형태로 규제하는 것은 기업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성과연봉제 폐지” 엄포=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지난해 연공서열이 아닌 업무 실적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다.
일부 노조가 노사합의 없이 도입이 이뤄졌다며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성과연봉제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확언했다.
이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작살내겠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조직 내 경쟁이 심화되고 사용자 측 입지가 강화되며 노동강도는 점점 세지게 된다”며 “근로자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원칙에 따라 노사합의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차기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원점으로 되돌리면 개별 사업장의 혼란 가중은 물론 노사정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 시장은 이와 함께 노조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해 최고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동추천이사제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은 주주들의 이해 증진”이라며 “전체 기업 가운데 주식회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99% 정도인 한국과 5%밖에 안 되는 독일을 비교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