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연기금이 처음으로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나선다. 올해 최대 1조원 규모의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이며 투자성과에 따라 규모를 더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근로자공제기금(EPF·Employees Provident Fund)이 한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에서 활동 중인 부동산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EPF는 총자산 규모가 1,620억달러(약 186조원)로 세계 15대 연기금 중 하나다. 지난해 말 CBRE GI. 도이치자산운용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이지스자산운용·삼성SRA자산운용·코람코자산운용·페블스톤자산운용·ADF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에서 제안서를 받았으며 이달 말 운용사 2~3곳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올해 투자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투자 대상은 오피스와 물류센터·리테일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특히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EPF는 지난 2015년 일본 물류센터 5곳에 1억1,6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코어(core)’ 성격의 자산에 투자할 예정이다.
EPF는 그동안 미국·영국 등 선진국 주요 대도시 위주로 투자를 해왔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싱가포르·일본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운 투자처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EPF의 자산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한 외국계 부동산컨설팅사 대표는 “대부분의 해외 기관들은 싱가포르투자청(GIC)과 같이 순차적으로 투자 대상과 지역을 확대하며 포토폴리오로 자산을 구성한다”며 “EPF의 경우도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투자 다변화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연기금과 국부펀드는 GIC(서울파이낸스센터와 강남파이낸스센터) , 중국투자공사(여의도 국제금융센터), 아부다비투자청(중구 회현동 스테이트타워남산) 등이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