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설 법인 설립이 급증하고 20~30대까지 창업 전선에 불나방처럼 뛰어들며 자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6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 문턱이 높아 비은행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자영업자 대출 전담반’을 구성해 권역별로 흩어져 있는 자영업자 대출 통계 취합과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를 통해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종합분석에 나선 결과 전체 금융권에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6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자영업자 대출 규모(460조원)보다 약 190조원 많은 수치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통계는 개인사업자대출(300조원)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이용한 적이 있는 자영업자가 받은 가계대출(160조원)을 합산한 것이다. 금감원이 여기에 개인사업자이지만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지 못하고 가계대출만 받은 대출(190조원)을 합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 신용도와 업력 등에 대한 심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들의 경우 가계대출만 일으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나이스신용평가의 정보를 활용해 가장 보수적인 기준으로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파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되면서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 법인은 10만 개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도·소매업이 22.7%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또한 30세 미만의 법인 설립이 전년 대비 21.6%나 늘어나는 등 청년층의 창업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은행감독국 산하 ‘자영업자 대출 전담반’을 구성해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캐피털 등 업권별로 흩어져 있는 자영업자 대출 정보를 한데 모으고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진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은행 통계로 보면 자영업자 대출의 40%가량이 부동산 임대업에 집중돼 있지만 실제 부동산 임대업보다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에서의 부실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특히 김영란법 실시 이후 이들 업종에서는 경기 침체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업자들의 경우 대부분 자산을 형성한 고령층인데다 관련 대출 부실률도 낮은 편”이라며 “신용도가 낮아 비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사업자 대출을 받지 못하고 가계대출을 일으켜 영세 업종을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의 대출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금감원의 종합 분석을 토대로 자영업자 대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