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세계 시장 공략 가속화한다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로 3대 시장 안착
세계 최고 성장률 중동 시장도 깃발 꽂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K-뷰티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의 ‘향기’가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동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신시장 개척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사업 지형도를 살펴본다.

중국 상하이의 한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설화수 매장에서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른바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 Beauty Creator)’를 기업 소명이자 비전으로 삼고 있다. 아시아적(的) 미(美)의 창조자라는 뜻의 이 슬로건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 속에 아시아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대표 뷰티 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담고 있다.

사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은 이미 반세기 전부터 첫걸음을 뗀 바 있다. 1964년 국산 화장품 최초의 해외 수출을 달성한 기업이 바로 아모레퍼시픽이다. 그 후 국내 시장에서 선두주자의 입지를 다진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대 초부터 글로벌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서경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일찌감치 글로벌 브랜드 확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상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처럼 특정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고 강조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사업은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아세안(ASEAN) 지역 ▲북미 지역 등 3대 주요 거점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동, 인도, 서유럽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는 이른바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가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 헤라, 프리메라, 려 등을 ‘넥스트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나가고 있다.

중국은 화장 인구가 1억 명을 넘어섰다.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은 연 1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 매장만 4,000개 가까이 확보한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수년간 아이오페, 헤라, 려 등 신규 브랜드를 중국 시장에 선보이면서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2년 글로벌 브랜드의 경연장이자 중국 시장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홍콩 시장에 먼저 진출해 브랜드 경쟁력을 다졌다. 일종의 교두보 구축 전략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중국 유행의 발신지인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깃발을 꽂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나아가 2014년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시설을 갖춘 ‘상하이 뷰티 사업장’을 설립하면서 중국 시장에 더욱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상하이 뷰티 사업장은 생산, 연구개발, 물류의 통합 허브 역할을 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중기(中期) 글로벌 사업 중점 추진 방향인 ‘중국 사업 성장 가속화’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상하이 뷰티 사업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과 대량 생산 방식을 함께 가동할 수 있어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아모레퍼시픽은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를 앞세워 아세안 지역에서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시아 브랜드’로 육성 중인 라네즈는 2003년 싱가포르 중심 상권의 고급백화점 입점을 기점으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잇달아 진출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만큼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명품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는 싱가포르,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하며 아세안 지역에서 점차 ‘글로벌 명품 브랜드’ 위상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뷰티 강국인 태국에서는 최상류층인 ‘하이소(High-Society를 줄여 부르는 말)’를 중심으로 유명 연예인과 뷰티 리더들 사이에 ‘머스트 해브’ 뷰티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고객이 라네즈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세안 지역의 꾸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조호르주(州)에 위치한 누사자야 산업지역에 새로운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다. 2020년 완공 예정인 누사자야 생산기지는 프랑스, 중국에 이은 아모레퍼시픽의 세 번째 해외 생산기지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세안 지역 고객에 특화된 연구개발(R&D)을 수행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아세안 지역 R&D 허브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전담 연구인력을 현지에 보내 아세안 지역 소비자들의 피부 연구 등 R&D에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현지 대학 및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도 다수 수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시장 진출 시 현지 고객들의 피부 특성에 대한 연구는 물론 화장 습관과 성향, 화장품 선호도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 현지 고객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브랜드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적인 유행의 발신지이자 메카로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거점 시장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시장 공략의 선봉장은 아모레퍼시픽의 회사명이기도 한 플래그십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이다.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은 지난 2003년 9월 세계 유행의 중심지인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에 입점하면서 미국 하이엔드 화장품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 후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 브랜드는 최상위 소비층을 겨냥한 하이엔드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명품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의 ‘타임 레스폰스 스킨 리뉴얼 크림’은 미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안티에이징계의 롤스로이스(Rolls Royce of Anti-aging Creams)’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 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설화수를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에, 2014년에는 라네즈를 대형 유통매장인 타겟에 입점시키는 등 미주 사업 가속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연말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Alshaya Group)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중동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동 화장품 시장은 2015년 180억 달러에서 2020년 360억 달러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시장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15%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뷰티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화장품 시장은 중동의 트렌드 발신지 역할을 하는 거점 지역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시장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두바이, 아부다비, 테헤란, 이스탄불 등 중동 지역 주요 도시에 지역 전문가 ‘혜초’를 파견해왔으며, 지난해 5월 마침내 중동의 메가시티(Mega City: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도시) 중 브랜드 확산 효과가 가장 높은 두바이에 아모레퍼시픽 중동법인을 설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시장 진출의 선봉장으로 영 메이크업 브랜드(Young Makeup Brand) 에뛰드하우스를 내세울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두바이에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개설한 뒤 주변 국가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시장 개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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