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가 겪은 질병의 원인은 대체로 영양결핍이었다. 농업혁명으로 생산성이 증가해 영양공급은 원활해졌으나 공동체 생활과 가축 사육으로 감영성 질환이 생겨났다. 공동체의 규모가 커져 국가 권력이 교역·교류를 이끌면서 전에 없던 ‘전염병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균에 대한 접촉이 면역력과 적응기간을 갖지 못한 인간에게 전염병 유행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과학발전과 생산력 향상으로 전염병은 줄었지만 도시화로 인해 현대인의 질병으로 알려진 당뇨병·비만·고혈압·암 등 만성질환이 늘어났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었고 문명은 질병을 탄생시켰다”는 주장을 담아 지난 2014년 ‘질병의 탄생’을 썼던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새 책 ‘질병의 종식’을 내놓았다. 질병 종식의 첫걸음으로 저자는 질병과 건강에 대한 시각을 가다듬으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특정 미생물이나 유전자 같은 생물학적 요인을 특정 질병의 직접 요인으로 보는 ‘생의학적 질병관’이 뿌리 깊었지만 이는 만성질환을 비롯한 새로운 질병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저자는 “질병이란, 인체 내외부의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인체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시스템적 질병관’의 입장이다. 이에 미생물과 협력하며 함께 사는 ‘공생 시스템’, 독성물질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는 ‘독물대사 시스템’, 외부 침입에 방어하는 ‘면역 시스템’, 인체 기능을 강화하는 ‘재생 시스템’, ‘건강노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책이 제안하는 질병 종식의 방법이다.
저자는 더불어 질병의 새로운 양상도 짚어준다. 사스·메르스·지카 바이러스의 전파 같은 ‘국경 없는 질병 시대’로의 진입은 이미 우리를 고통스럽게 했다. 암·심장·뇌혈관 질환과 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의 대유행과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아토피 같은 후기만성질환의 등장에 대처해야 한다. 또한 정신질환의 ‘대폭발’은 어쩌면 마지막까지 인류를 괴롭힐 질환일 것이라고 저자는 진단했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