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정책홍보 위해 '아전인수'식 설문조사

임금인상 자제 여부 물으면서
기준 없고 선택항목도 부적절
산하기관 교수 발표결과 인용등
성과 보여주기만 급급 '빈축'



고용노동부가 정책 성과를 홍보하거나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잇따라 ‘아전인수’ 격의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편파적인 설문문항 구성과 민간 학회 설문조사 결과 대행 배포, 산하기관 교수의 설문조사 결과 인용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일부에서는 노동3법 개정안 입법 등 고용부의 주요 정책과제가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무리하게 정책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근 대기업 1,599곳 중 301곳(18.8%)이 지난해 임금 인상을 자제했고 그 재원으로 신규 채용 확대,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에 나섰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300인 이상 대기업 2,529곳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그중 1,599곳(63.2%)이 응답했다.

고용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 2015년 노사정 대타협의 취지에 따른 격차 해소 실천 노력이 현장에서 중단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부가 추진 중인 “원·하청 상생협력사업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문문항을 꼼꼼히 뜯어보면 허점투성이다. 임금 인상 자제 여부를 물으면서 임금을 어느 정도 올리는 게 자제인지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다. 응답자의 주관에 따라 정반대의 답변도 가능했다.

또 임금 인상 자제로 확보한 재원의 활용 분야를 묻는 질문의 답변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응답자가 선택할 수 있는 총 6개의 답변 가운데 5개를 △신규 채용 △비정규직 처우 개선 △협력업체 근로자 처우 개선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상 또는 경쟁력 향상 투자 △상생협력기금·사내근로복지기금·공동근로복지기금 출연 등 격차 해소 관련 내용으로 배정했다. 반면 격차 해소 외의 답변은 ‘경영재원으로 활용’ 단 한 개뿐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퍼센트를 정해 임금 인상 자제 여부를 물을 수 없었다”며 “경영재원으로 활용이라는 답변이 포함돼 있어 설문조사가 편파적이었다고 보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전에도 고용부는 정책 홍보나 제도 도입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는 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민간 학회를 후원하고 고용부가 의뢰해 실시한 저(低)성과자 해고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물론 정부정책에 우호적인 결과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정과제의 경우 기관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만족도나 인지도 등을 조사해야 한다”며 “상당수 정책이 정성평가를 위해 설문조사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 인상 자제가 실제로 고용 확대,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 등으로 이어졌는지는 경영층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는 정확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며 “무리하게 계량적 성과지표를 도출하려 하기보다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인터뷰 등을 통해 확인해보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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