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가운데) 충남도지사가 10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7년 직무성과 계약식’을 마친 뒤 주민들과 함께 손을 들어올리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충남지사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19%로 급등하며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재인계 의원들의 합류가 가시화되고 있다. 경선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 취약하다고 평가 받는 당내 세력기반이 공고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10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19%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무려 9%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29%를 기록한 문 전 대표와의 격차도 22%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안 지사가 ‘중도·보수 껴안기’에 주력하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도가 전주 13%에서 20%로 7%포인트 높아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 전 대표의 민주당 지지층 지지도는 64%에서 57%로 하락했다.
안 지사의 상승세에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하루종일 화제가 되고 있다”며 “이번주에서 다음주에 의원들 이동성이 커지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친문계가 많다고 하지만 의원들이 아직 문재인 캠프 쪽에 많이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지적했다.
비문계인 이종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자신감에 불타 있는 개혁 진보 쪽에 상당히 경각심을 주는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비문계인 박영선 의원도 전날 “안 지사의 대연정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옳지 않다”고 옹호했다.
다음주에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지지율 차이가 더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전 대표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악재’가 7~9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전인범 전 사령관은 부인 및 ‘5·18 발언’ 관련 논란에 휩싸이자 “연수하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자신의 지지율 상승 요인에 대해 “제 철학과 목표가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으로부터 이해를 얻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충남 천안시 테딘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 연수 개회식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11∼12월까지만 해도 대선에 도전하는 게 맞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연설하고 싶어도 약속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며 “이제 국민이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논란을 빚는 자신의 ‘대연정론’에 대해서도 재차 언급했다.
안 지사는 “(국정을 이끌려면) 의회 다수파와 협의하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없는데 협의의 수를 높인 게 바로 연정”이라며 “새누리당을 염두에 둔 것도, 선거공학적인 판단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협치는 소주 한 잔 마시며 의기투합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개혁 과제를 놓고 정당 지도자가 원내 안정적 다수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저는 이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선거대책본부 중심’이 아닌 ‘당 중심 선거’를 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끝내더라도 당이 정책과 철학으로 계속 집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이든 누구든 규칙을 준수해서 손해 보는 것보다 로비하는 게 빠르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