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의원/사진제공=이정미 의원실
출근 시간 10시, 업무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점심을 먹고 회사에 들어온 2시 또 다시 종이 울리고 업무가 시작된다. 저녁 7시가 넘어 9시, 10시가 넘도록 직원들은 자리를 지킨다. 퇴근을 알리는 종은 없다. 신규 게임 출시나 게임 업데이트를 코앞에 두면 퇴근은 하루를 넘기기 일쑤다. 한번 출근해 이틀 사흘 후 퇴근하는 일도 익숙하다.
지난해 11월 노동건강연대에서 넷마블게임즈 재직자, 퇴직자 등 5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속 내용이다. 비단 넷마블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야근이 일상화된 게임업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게임개발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게임 개발자의 업무환경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넷마블 재직자 277명 퇴직자 268명 총 5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월평균 노동시간은 257.8시간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재직자는 236.8시간 퇴직자는 279.4시간이다. 게임개발자연대가 전체 업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5.7시간보다 긴 편이다.
전체 응답자의 30.6%가 퇴근하지 못하고 36시간 이상 회사에 있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넷마블 소속 직원이 사망한 데 과도한 근로시간이 영향을 줬다고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이유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사람의 열정을 약점으로 삼아 저임금을 강요하고 성공의 결실이 나오더라도 나누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이제는 의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로 건축 예정인 넷마블게임즈 사옥 조감도/이미지 제공=넷마블게임즈
이같은 주장에 대해 넷마블 측은 “넷마블 전·현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경우 넷마블 재직 여부를 확인함 없이 누구나 참여 및 답변을 제출할 수 있게 설문조사를 실시했기에 정확성과 신뢰성이 결여된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는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야근 및 주말근무를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개선안을 13일부터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과도한 근로에 대한 문제의식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모바일게임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야근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 휴가를 적극 권하는 등 업계 스스로도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업계 특성을 반영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정미 의원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소모시키는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야 게임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다”며 “이 문제에 지속해서 관심을 보낼 것이며 게임산업의 노동환경을 바꾸고 대한민국의 장시간 노동환경을 개선할 법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라 언급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