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나와 모바일 영어 시장 뛰어든 김미희 튜터링 대표

'엉뚱함'을 재능으로 신사업 아이디어 도전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탄생과 성공에 참여
페인 포인트인 '영어'를 아이템으로 사업화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재학 중에 ‘남다른 엉뚱함’을 발휘하면서 각종 공모전을 휩쓸었다. 졸업을 1년 앞두고 삼성전자 공채에 합격하며 남다른 재능을 인정 받았다. 갤럭시 시리즈의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맡아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갤럭시의 성장과 함께 실력을 키웠다. 직장 생활 10년 동안 아무리 돈을 써도 늘지 않는 영어 실력으로 고생했고, 이를 사업화하겠다고 결심한 게 창업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미희(34·사진) 튜터링 대표는 어릴 적부터 과학상자를 조립하거나 수수깡으로 입체물 만들기 등 발명가 기질을 발휘했다. 정형화된 설명서를 무시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모형을 만들면서 묘한 희열을 느꼈고, 이런 재능 덕분에 웬만한 발명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대학 진로를 고민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너의 엉뚱함이 차별화된 능력으로 발휘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으면 한다”며 광고홍보학과를 권했다.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01학번으로 입학해 전공은 광고마케팅, 부전공은 시각디자인을 선택했다. 형제들이 동시에 대학을 다닐 때는 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휴학을 하고, 국비 지원을 받아 멀티미디어 과정을 수료했을 정도로 자기 계발에 열정적이었다.

‘엉뚱함을 재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전공을 선택한 그의 뜻이 통했는지 제일기획 공모전 은상, 현대차 글로벌 마케팅 포럼 최우수상 등 광고업계에선 유명한 공모전을 휩쓸면서 재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러던 차에 삼성그룹에서 졸업이 1년 이상 남은 대학생 중 공채 시험을 볼 수 있는 전형 자격을 부여 받아 필기와 면접까지 합격했다. 김 대표는 “대부분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취업이 힘들다고 할 때라 삼성그룹에 합격된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철저하게 비밀로 삼아 1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에 배치 받은 후 3년간 영상 콘텐츠 솔루션 개발 등을 하면서 정신 없이 보냈다. 모바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던 김 대표는 사내에서 공모한 스마트폰용 미디어 서비스의 기획자 채용에 응모했다.

“삼성전자 내부에는 ‘잡포스팅’이란 특이한 리쿠르팅 제도가 있는데, 해당 부서에서 리쿠르트 공고를 내면 몰래 지원을 하는 거예요. 물론 부서장과의 면접도 주말에 이뤄져서 현업 부서에서는 전혀 모르지요. 뽑히면 깔끔하게 원하는 부서로 이동할 수 있고, 혹시 옮기지 못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장치인 셈이지요.”

원어민과 영어 토픽 카드를 보면서 손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데다 기존 화상 영어보다 가격이 저렴해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제공=튜터링
그렇게 자리를 옮긴 그는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로 지원, 모바일 디자인과 서비스 기획을 맡았다. 갤럭시 S시리즈 초창기부터 사표를 낸 2015년 9월까지 갤럭시의 흥행 신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꿈의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김 대표는 자신의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거대한 조직이 버거울 때도 있었다. 조직이 만든 틀에서 벗어나는 기획안을 올릴 때면 핀잔을 듣기도 했고, 사내 공모전에 사업 아이템을 제안했다가 채택되지 못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렇듯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던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2014년 카이스트 MBA 과정을 밟을 기회가 생겼는데,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큰 ‘페인 포인트(Pain Point)’였던 영어 회화에 관심을 가졌다. 스스로 불편함을 느꼈고, 이것을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만큼 고객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이스트 MBA 과정 6개월 동안 비즈니스 모델의 SWOT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었다. 수업 중에 시장 조사 및 분석, 서비스 오픈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 등을 전반적으로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문서화)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지금도 튜터링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했을 당시 교수와 동기들의 뜨거운 반응을 잊지 못한다. 모두가 열광했고, 사업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뜨겁게 응원했다. 1년 간의 MBA 과정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그는 창업을 결심하고 2015년 9월 회사를 그만 뒀고 지난해 2월 모바일 영어 회화 서비스 기업 ‘튜터링’을 설립했다.

“물론 사표를 내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어요. 당시 갤럭시 S7 디자인 기획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남겨 두고 나가는 게 많이 망설여지더군요. 하지만 더 지체하면 영원히 그만 두지 못할 것 같아 퇴사를 결심하게 됐죠.”

김 대표가 꼽는 튜터링의 강점 중 하나는 구성원의 오너십이다. 13명의 직원 가운데 CEO 출신이 4명으로, 이들이 창업한 횟수만 따져도 8번이다. 그만큼 다양한 창업 경험으로 다져진 팀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시장성도 밝다. 성인 영어 사교육 시장은 1조8,000억원으로 1인당 영어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이 평생 2억원이 든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지난해 9월 사이트 오픈 당시 김미희(앞줄 왼쪽 세번째) 튜터링 대표가 창업 멤버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튜터링
기존에 전화 영어나 화상 영어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다. 반면 개인 튜터를 고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시간당 단가가 너무 높아 지속적인 교육이 어려웠다. 소비자로서 이러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봤던 김 대표는 기존 시장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가격은 낮추되 강의 질은 높이는 것을 꼽았다. 또한 모바일 교육 서비스인 만큼 시스템의 안정성이 전제 조건이었다.

기존 전화 영어는 해외 현지 콜센터를 임대해 풀타임 선생님과 한인 매니저를 채용해 운영했다. 인건비가 저렴한 필리핀 강사를 대거 확보한 운영 방식은 유지 비용이 많이 들었고, 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화상영어는 스카이프, 위챗, 구글행아웃 등 기존 VOIP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인프라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기에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했다.

수개월에 걸친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선보인 튜터링은 P2P(개인 대 개인) 플랫폼을 자체 개발, 강사와 학생 모두 모바일 앱만 설치하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중계시스템 구조를 개선한 덕분에 서비스 단가는 낮아지고 마진은 개선됐다. 실제로 필리핀 강사의 수업을 월 200분 듣는다고 가정하면 기존 화상 영어 비용이 10만~15만원 소요되는 것에 반해 튜터링은 3만9,000원 선이면 이용할 수 있다. 영미권 강사의 수업도 시중 가격의 절반 이하인 7만원 미만에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성인 영어 시장에 맞춰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언어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확장해 중화권을 대상으로 한국어 튜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글로벌 과외 시장이 120조원에 달하고, 이 중에서 90%가 아시아권에서 이뤄지는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9월 오픈 후 6개월에 접어드는 튜터링은 벌써 가입자 1만여명을 확보했다. 매주 평균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고, 가입자 중에서 10%가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이 50억원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창업의 길로 들어선 김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준비가 안 되면 절대 창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준비가 된다는 건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포기하면 살면서 후회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에 대한 확신, 내 역량을 결집해서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인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게 우선 필요합니다. 창업은 엄청난 희생을 요한다는 사실도 잘 알았으면 해요. 내가 누리고 있는 안락이나 평화 등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고, 창업 후 밀려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정도로 뜨거운 열정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답을 얻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창업을 선택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습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김미희 튜터링 대표 미니 영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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