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 중고거래 스타트업 ‘헬로마켓’이 지난해 말 무기한 유급휴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휴가철도 아닌 최근 직원들의 휴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정보기술(IT) 기업들은 3년 혹은 5년 이상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에게 한 달 가량 ‘안식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헬로마켓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연차에 상관없이 본인이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휴가제도를 도입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 막상 제도를 도입하고 보니 걱정은 빗나갔다. 진민수 헬로마켓 마케팅팀장은 “기획팀의 한 직원이 2주간 동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도서 뒷면의 바코드를 촬영해 자동으로 판매할 중고 책 정보를 올리는 기능을 제안해 채택한 적이 있다”며 “해당 직원이 조만간 또 휴가를 가지만 회사에서는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보다 직원의 만족도, 휴식 이후 새로운 아이디어 기대 등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서 사내 근로 복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업무의 특성상 야근, 주말근무가 잦은 상황에서 우수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복지 방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어린이집/사진제공=엔씨소프트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은 사내 어린이집의 시설을 확대하거나 국제 인증을 받으며 시설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정원 300명의 어린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내 어린이집 ‘늘예솔’을 확장 개원했다. 기존 정원 124명에서 두배 이상 늘린 셈이다. 경기도 판교의 사무실 한 층을 아예 어린이집 공간으로 임대했다. 30대 초반 직원들이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시설을 확대한 것이다.
카카오 외에 엔씨소프트 역시 판교 일대 개발자들이 부러워하는 ‘어린이집’으로 유명하다.
회사는 지난 3일 외국어 학습 부분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ISO 29991와 어린이집의 교육 관리, 운영시스템 분야를 평가하는 ISO29990 등 국제 표준화기구의 국제 인증 2종을 동시에 획득해 화제가 됐다.
판교에 다른 게임사를 다니는 한 직원은 “판교로 출퇴근하는 워킹맘들의 대부분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한다”며 “엔씨소프트같이 우수한 어린이집이 있다면 걱정은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티맥스소프트에서 회사 내 마련한 마사지룸/사진제공=티맥스소프트
오랜 시간 컴퓨터를 보며 작업해야 하는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기업 중에는 안마사를 정식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티맥스소프트는 3명의 마사지사가 회사에 상주하며 직원들의 뭉친 목, 어깨 등을 풀어준다. 회사 측은 “최고의 복지를 제공해야 우수 연구인력이 모일 수 있어 1인 1실, 2인 1실의 개인 연구공간 제공 외에 헬스장, 당구장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처럼 IT 기업들이 근로 복지에 신경 쓰는 데는 글로벌 기업과 한정된 우수 개발 인력을 놓고 치열한 경쟁에 처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능력 있는 개발자 하나가 회사를 끌고 갈 수 있는 분야다보니 새로운 인력을 계속 충원하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퇴사율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넷마블게임즈가 소속 직원의 돌연사로 과로 논란이 제기되자 오는 13일부터 주말근무, 야근 등을 없애고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이 외에도 전 직원을 데리고 해외로 워크샵을 가거나(게임사 ‘선데이토즈’) 월요일은 오후에 출근하는(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 등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며 직원 사기 진작에 힘쓰고 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IT 기업 독특한 사내 복지제도
기업명 | 주요 내용 |
넷마블게임즈 | 야근 주말근무 금지 탄력근무제 도입 |
엔씨소프트 | 어린이집 교육 프로그램 질 우수 |
우아한형제들 | 월요일 오후 출근하는 주 4.5일제 도입 |
카카오 | 어린이집 정원 2배 가량 확대 |
티맥스소프트 | 안마사 3명 고용, 마사지 제공 |
헬로마켓 | 무기한 유급휴가 제도 도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