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보진영 동지들의 우려와 거부감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오해는 풀고 부족했던 것은 자세하게 설명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안 지사는 “모든 사안에 대해 정치인이 원칙과 소신 없이 부화뇌동하면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가적 과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도 명확히 했다. 안 지사는 대연정의 필요성에 대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정부는 여소야대에서 국정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촛불광장의 명령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개혁입법을 통해 개혁과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연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개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문재인 대세론을 뛰어넘기 위해 ‘외연 확장’ 전략의 하나로 대연정을 언급했다기보다 현실적으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도 손을 잡아야 개혁입법 통과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안 지사는 연정의 대상에 대해 “연정은 집권여당 지도부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무원칙한 대연정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또 그는 이 부회장의 불구속 판결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과 관련, “국민의 법감정과 다른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하지만 민주주의 법치 국가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앞서 그는 “저 역시 살면서 구속 기소되고도 두 번의 불구속 판결을 받았다”며 “방어권 역시 중요한 개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야권 주자로서 유일하게 노동시장 유연화의 필요성을 인정한 안 지사는 “산업 현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과 중후장대(조선·철강·석유화학 ) 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과거와 같이 평생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산업이 줄고 있다. 노동시장 변화 또한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단 안 지사는 “그렇다고 노동시장의 변화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회안전망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복지철학을 설명하면서 “선별은 절대악이고 보편은 절대선인가”라고 반문한 뒤 “지난 몇 년간 복지 논쟁 과정에서 보편적 복지는 무상, 선별적 복지는 차등이라는 잘못된 등식이 성립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하지만 재정 여건상 복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이념 논란으로 복지정책 추진을 가로막지 말고 재원 요건을 고려해 보육·교육·의료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편적 서비스의 강화부터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저의 현실 인식과 평소 소신을 솔직히 말씀드렸다”며 “제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더라고 이해해주시는 분들은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