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 자료를 통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비판한 내용이다. 외국계 투기자본이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3% 제한을 피하며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대주주보다 주식을 적게 보유하고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를 다수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주주총회에서 분리 선임하도록 하고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는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갖고 있어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도록 했다. 현행 일괄 선임제도보다 대주주 의결권 제한의 효과가 강화된다. 신석훈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데 분리선임을 강제해 제한을 더 강화하려는 개정안은 주주의 이사선임권을 더욱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주식회사 제도 본질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한국이 ‘해외 기업사냥꾼의 놀이터’로 전락할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가 선호하는 이사의 선출 가능성을 높이는 이사선임 방식으로 지난 1998년 도입됐으나 집중투표제를 원치 않는 기업은 ‘출석 주주 3분의2 이상 찬성 의결’로 정관을 변경해 도입을 배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둬왔다. 이번 개정안은 원천적으로 이런 배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한경연은 “미국·일본 등 20여 개국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나 개정안처럼 의무화하는 나라는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3개국뿐”이라며 “미국도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하자 대부분 임의 규정으로 전환했다. 우리 기업들이 외국 투기펀드들에 의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한경연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강력한 형태의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하면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소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대부분 국가는 다중대표소송 인정 여부를 법원 해석에 맡긴다. 이 경우에도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가 경제적 동일체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개정안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50%만 보유해도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한경연은 “이 제도는 특히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75%를 넘는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우리사주 조합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주는 것은 “특정 집단에 속하는 주주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회사법의 기본 원칙인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전자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소수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가 현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에서 실제 전자투표로 행사된 주식 비율은 1%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