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證, CIMB 법인영업부 인수 추진



NH투자증권이 말레이시아계 글로벌 증권사인 CIMB증권의 법인영업부 인수를 추진한다. 국내 증시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진 대형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현지법인 설립, 파트너십 구축을 넘어 부문 인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IMB증권이 동남아 지역에 강점이 있는 법인영업부를 매물로 내놓고 국내 대형 증권사에 인수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에는 NH투자증권이 동남아 지역 시장 진출의 실익을 따져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CIMB증권은 자기자본이 11조원으로 아시아 8위 증권사다. 지난 2013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부를 인수한 후 빠르게 사업영역을 확대했지만 주 무대인 동남아 지역의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지점을 포함한 홍콩법인을 중국 인허증권에 매각했다.


NH투자증권이 CIMB증권 법인영업부 인수에 관심을 두는 것은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미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신한금융투자 등이 인도네시아·베트남 시장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영업 중이다. NH투자증권도 인도네시아에는 코린도와, 베트남에서는 CBV증권과 합작을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CIMB증권 법인영업 부문을 인수하면 현지법인 설립보다 훨씬 수월하게 동남아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의 CIMB증권 법인영업부 인수는 국내 증권사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보인다. 1990년 NH투자증권과 코린도그룹의 합작으로 시작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은 여전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위주다. 물론 2~3년 전부터 뒤늦게 진출한 증권사들이 IB 부문(딜 주선이나 부동산 투자)과 고금리 자산을 바탕으로 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를 올리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증권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CIMB 법인영업부 인수가 동남아 시장 진출의 카테고리를 IB로 탈바꿈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NH투자증권 고위관계자는 “성장성 있는 이머징마켓의 국채나 회사채 등의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의 IB 딜에 CIMB의 법인영업부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글로벌 IB 에버코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에버코어와 함께 NH투자증권은 제휴를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등 여러 인수합병(M&A) 발굴에 나선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대표 증권사인 다나렉사증권(PT Danareksa Sekuritas)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전 세계에 6개 현지법인과 2개의 사무소를 가지고 있다.

NH투자증권뿐만 아니라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해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조 KB증권 대표는 앞서 신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며 “베트남 증권사 인수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철수하며 아시아권 영업기반이 없는 하나금융투자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동남아 영업기반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 확대가 녹록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증권사들의 현지 진출이 20년 넘게 진행됐지만 해당 국가 네트워크와 노하우 부족으로 성공적으로 해당 국가에 안착한 증권사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를 닫은 바 있고 런던 현지법인은 2억8,400만원가량 순손실을 내는 등 성과가 좋지 못하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증권사의 사업 부문을 인수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CIMB의 법인영업부 인수는 국내 증권사들의 동남아 시장 진출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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