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문 전 대표와 야권 선두 경쟁을 하던 안 전 대표가 추락한 배경으로 ‘총선 리베이트’ 사건을 지목하고 있다. 총선 홍보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무너진 ‘새정치’의 이미지가 회복되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항변에 정치권 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이후 단 한차례의 반등 기회도 잡지 못하면서 당 지도부가 문제라는 시각이 점차 확산 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행보가 여론의 관심을 받는 데에 당 지도부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모성이 큰 민주당과의 야권 적통 경쟁에만 몰입한 나머지 안 전 대표가 화두로 제시한 4차 산업혁명 등의 이슈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셈이다.
최근 국민의당은 정책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제3 지대 선도정당이지만 2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클릭’을 하며 민주당과 여권 사이에서 법안을 조율하기에는 대선을 앞두고 크나큰 모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정체성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안 전 대표가 개성공단 재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배치 철회가 어렵다는 평가를 하자 중도 성향의 황주홍 의원은 “이것이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총선 민심”이라며 평가했지만 정동영 의원 등 국민의당 다수는 개성공단 재개 등을 요구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또 정책통인 김성식 전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낙선해 지도부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당 지도부의 각종 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정책적 비판이 실종됐다. 일례로 새로 선출된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정책보다도 정무에 방점을 두고 대다수의 발언 시간을 문 전 대표를 비방하는 데에 할애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의장 등이 문 전 대표를 향해 ‘대북송금특검’ ,‘호남홀대론’ 카드를 꺼내 들며 연일 공세를 취하는 것도 대다수 유권자에게 피로도가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매일 아침 정당 회의에서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국민의당 지도부의 발언에 대해 ‘문모님(문재인+굳모닝)’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는 “저는 국민으로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데 다른 분들은 문재인을 보고 정치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