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에 이어 공정위도 '찍어내기 인사'…"민정수석 직접 지시"



청와대가 씨제이이앤앰(CJ E&M)에 대한 표적조사 지시에 불응한 공정거래위원회 담당 국장(2급)을 표적감찰한 뒤 강제로 퇴직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일부 대기업의 영화계열사로 인해 중소업체가 불공정 행위에 노출되고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자 CJ와 롯데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노대래 당시 공정위원장이 최종보고만 받아온 관례와 달리 이례적으로 시장감시국의 중간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CJ좀 잘 봐라” 등의 말을 여러 차례 하는 등 김 전 시장감시국장에 표적조사를 지시했다.


씨제이그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 등에 투자하며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 또 박 대통령은 앞서 “CJ가 정치적으로 좌편향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노 전 공정위원장의 종용에도 2014년 9월 시장감시국은 CJ E&M에 ‘시정명령’ 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이듬해 1월 담당자인 김 전 국장은 승진에서 누락된 뒤 같은 직급의 공정위 서울지방사무소장으로 보직 이동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해 여름 청와대와 민정수석실은 김 전 국장을 상대로 사실상 ‘표적감찰’을 진행했다.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지시를 받고 서울지방사무소 직원 60여명의 3년치 출퇴근 기록을 조사해 그 중 한 명이 사흘간 무단결근한 사실을 찾아냈다. 당시 민정수석실 수석비서관은 우병우였다.

공정위 김학현 부위원장은 이를 빌미로 김 전 국장을 불러 “청와대에서 (무단결근에 대해) 책임을 당신에게 물으라고 한다”면서 명예퇴직을 강요했다. 결국 김 전 국장은 2015년 12월 의원면직 처리됐다.

노 전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와 ‘CJ E&M을 조사해보라’고 했다.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청와대에 전달했으나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2014년 12월 위원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최재서 인턴기자 wotj72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