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더 빨라질 듯=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전쟁 개시 의지가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대미 무역 흑자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 언급에 이어 이번에는 기조적인 약(弱)달러 추세를 이어가겠다는 ‘평평한 운동장’론을 내걸었다. 강(强)달러에서 약을 오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정책 방향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Frexit) 등 반세계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통적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뒤섞인 ‘칵테일 충격’이 우리 외환시장을 덮치는 형국이다. 뚜렷한 방향성 없이 출렁이는 환율 탓에 전 세계적인 교역 회복세를 등에 업고 수출 반등을 이끌어야 할 수출 기업도 더욱 몸을 움츠릴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1월 “달러화가 너무 강하다”며 환율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이달 1일(현지시간)에는 “수년간 중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로 시장을 갖고 놀지만 우리는 바보들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며 전통적인 대미무역 흑자국가를 겨냥해 직접적인 환율전쟁 선전포고를 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전쟁 개시 의지가 더욱 노골화하면서 환율전쟁 발발 분위기도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제2의 플라자합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1985년 미국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세를 보이자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재무장관은 플라자합의를 맺었다. 이후 엔화는 2년간 66%, 마르크화는 57% 절상된 바 있다.
◇원·달러 환율, 출렁이는 폭 왜 크나=원·달러 환율은 유독 출렁임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달러화나 엔화, 유로화, 호주 달러화 등 외환당국의 개입 없이 시장에서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는 기축통화 국가를 ‘자유변동환율제’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통해 외부 충격을 줄이는 우리나라 등을 ‘변동환율제’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무르익는 환율전쟁 분위기 속에서 외부 충격을 줄여야 하는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기축통화만큼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와 프렉시트 위기 고조 등 대외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플라자합의로까지 치닫는 등 악재가 더 겹칠 경우 경우 원·달러 환율의 변동 폭도 더욱 커질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신호가 혼재돼 있어 시장에서 어떤 요인을 강하게 보느냐의 기조가 바뀌면서 환율 변동폭도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 환율정책의 운신 폭이 급격히 줄었지만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IMF에서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시장 안정 목적을 위해 적절히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상훈·구경우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