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 스타 변호사 최광식 변호사가 10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화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전자전훈련장비(EWTS) 관련 방위산업 비리 사건 1심 선고일이었던 지난해 9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피고인 7명의 최후 진술을 앞두고 장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해당 사건은 1심 선고일까지 1년 6개월이 걸리는 등 검찰과 변호사 사이의 공방이 치열했다. 공판기일만 해도 50여차례에 이를 정도였다. 그만큼 피고인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윽고 최후 진술에서 이들이 “억울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자 이내 장내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피고인들이 느낀 억울함과 슬픔이 재판에 참석한 가족 등 지인들에게 전달된 탓이었다. 당시 방산비리 사건은 검찰이 합동수사단까지 꾸리면서 수사력을 모은데다 ‘부조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은 터라 재판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변론을 받아들이면서 피고인 7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등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 접근한 게 주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3일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법무법인 화우 사무실에서 만난 최광석(사진·35) 화우 변호사는 당시를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했던 순간”으로 기억했다. 이 사건 변론을 담당했던 그가 처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면서 지녔던 생각과 맞물렸다는 이유에서다. 최 변호사가 지난 2006년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디딘 곳은 경찰이었다. 경기지방경찰청 기동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08~2011년 성남 중원경찰서 수사과 경제범죄수사관·사이버범죄수사관으로 일하며 사행성 도박·횡령 등의 사건을 맡았다. 이후 경찰로 근무하면서 한 중소 화장품 회사 대표의 안타까운 사건을 담당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최 변호사는 “중소 화장품 회사 대표가 이른바 ‘기업 사냥꾼’에게 회사를 빼앗기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며 “당시 ‘변호사의 전문적인 자문에 따라 대응했다면 회사를 강탈당하는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이는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경찰 근무 당시 다양한 사건을 수사하며 범인을 쫓던 그가 변호사의 제대로 된 자문이 없어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이들을 접하며 변호사라는 새 영역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결심은 곧바로 실행으로 이어졌다. 경찰복을 벗은 그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했다. 2014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무법인 화우에 안착해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를 비롯해 뇌물, 공무원·선거법 위반 등 범죄를 담당하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에서 변호인으로 변신한 최 변호사는 최근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횡령·배임, 선거법 위반 등 형사 중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사건으로 전문성을 차츰 키우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최 변호사가 사법시험이 아닌 로스쿨에 진학, 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이유가 ‘전문성’이었던 만큼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 법 지식은 물론 경험도 쌓아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 근무 경험을 토대로 맡았던 형사 사건이 아닌 주가 조작 등 자본시장 범죄로 차츰 활동 영역을 넓히겠다는 포부다.
최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강점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각 로스쿨에서 기초를 다지고 변호사 시험 합격 이후에는 6개월 의무 수습 기간 철저한 실전 경험을 쌓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로스쿨 제도가 원래 취지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로스쿨 교육 커리큘럼을 재정비하고 악용되는 사례가 많은 6개월 의무 수습 제도에도 메스를 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신뢰 회복을 로스쿨 제도 정착을 위한 필수 단계로 꼽았다. 몇몇 부정입학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해 입학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로스쿨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사진=송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