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무슬림 관광객 100만 시대



지난주 말 서울 명동 거리에 히잡을 두른 여성들이 관광버스에서 줄지어 내렸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이들은 근처 음식점으로 이동하면서 셀카를 찍고 가이드 설명에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등 여느 관광객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히잡을 머리에 두른 여성들은 긴장은커녕 되레 수다를 떨며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화장품 판매회사 임직원인 이들은 모두 1,154명, 인도네시아에서 온 단체 관광객 중 최대 규모였다. 그룹별로 서울에서 경복궁 등을 둘러보고 강원도 스키장에서 스키체험을 했는데 몇몇은 하얀 눈을 처음 봐 신기해했다고 한다. 이들처럼 우리나라를 찾는 무슬림 관광객은 외견상 비슷해 보이지만 지역별로 선호하는 스타일이 따로 있다. 똑같은 무슬림 관광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무슬림은 겨울철 눈과 추위에 특히 호기심과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유독 동남아 출신 관광객이 많이 눈에 띄는가 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터키 등 중동 무슬림은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우리나라의 다채로운 자연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다. 겨울보다 봄·여름·가을 거리에서 마주치는 무슬림은 중동에서 왔다고 보면 대강 맞지 싶다.

계절적 취향만큼이나 쇼핑 장소도 다르다. 동남아 무슬림은 명동과 동대문·남대문시장 등 전통시장을, 중동 출신은 소규모 상점이나 백화점을 주로 이용한다. 무엇보다 중동 무슬림은 의료 관광에 관심이 크다. 그 때문인지 쓰는 돈 액수에 차이가 난다. 동남아 출신이 지난해 한 사람당 평균 1,234달러를 쓴 데 비해 중동 무슬림은 1,951달러로 씀씀이가 컸다.

이렇게 한국을 찾아 지갑을 여는 무슬림 관광객이 올해 10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무슬림은 2015년보다 33%나 늘어난 98만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110만명 이상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방한이 주춤한 와중에 무슬림 관광객이 대안으로 뜬다니 반가운 일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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