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느슨한 감시 틈타 우후죽순...부처 힘자랑 위해 끼워넣기도

신설법인.입법 등으로 조직부터 만든 뒤 지정 압박
올해 신규지정 13곳 모두 기타공공기관...부실 우려
“칼자루 쥔 공공기관운영委 제역할 해야” 목소리도

정부부처의 산하 공공기관 ‘기획’은 자체적으로 신설법인을 만드는 방식도 있지만 국회를 이용하는 형식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만들려는 부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사전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운위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로부터 거절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국회의원에게 법안을 청탁(청부입법)해 각종 지원 및 육성법을 통과시켜 조직을 만든 뒤 공운위를 압박해 공공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이점도 있다. 공공기관이 되면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임원 연봉,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주무부처 감사 결과, 결산서 등이 공개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관리가 필요한 조직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감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곳을 보면 가장 느슨한 감시를 받는 ‘기타공공기관’만 늘어났다. 공공기관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공운위의 경영평가를 받는 반면 기타는 주무부처에 받아 감시가 덜하다. 올해 신규 지정된 13개 공공기관은 모두 기타공공기관이었다. 지난 2012년 176개였던 기타공공기관은 올해 208개로 18.2% 증가한 반면 준정부기관과 공기업은 110개에서 124개로 12.7% 불어나는 데 그쳤다.


무분별한 공공기관 신설은 행정 부문의 비효율을 낳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의 ‘한국재정정보원’이 대표적이다. 재정 관련 통계를 관리하는데 기능이 중복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올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국회에서 ‘한국재정정보원 설립법안’이 통과됐고 1월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수영 바른사회시민연대 경제팀장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고 기재부 내의 한 부서에서 관리할 수도 있어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강행됐다”고 말했다. 초대 원장은 기재부 국장이 임명됐다. 기재부는 산하 공공기관을 늘리고 퇴임한 고위공무원이 나갈 자리를 추가한 셈이다.

지난해 ‘한국장기기증원’과 ‘한국인체조직기증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성격이 유사하지만 한꺼번에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보건복지부 산하)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정부 출연 과기원이 4개나 있어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 미래창조과학부로 귀속됐다.

관료조직의 인력과 예산, 하위조직 등이 업무량과 무관하게 비대해진다는 파킨슨의 법칙이 박근혜 정부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공공기관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특별한 필요성이 없음에도 부처 ‘힘자랑’을 위해 공공기관이 된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일단 기관이 사라질 가능성이 줄어들고 기관 규모도 슬그머니 커지면서 주무부처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주무부처는 기관장뿐 아니라 주요 경영진의 인사권도 갖게 된다”고 부처가 공공기관을 늘리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공운위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운위가 기재부의 뜻을 반영해 자의적인 경향이 있는데 객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운위 위원장은 기재부 장관이며 민간위원들도 모두 기재부 장관이 추천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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