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 안보보좌관 25일만에 낙마...트럼프 '인사 참사' 현실로

러와 내통 의혹으로 자진 사퇴
트럼프 행정부 안보라인 흔들
교내 총기허용 주장 디보스 교육
여론 여전히 싸늘...경질 가능성
反이민 행정명령 처리 미숙으로
프리버스 비서실장도 사퇴 압박
므누신 재무는 인준 겨우 통과
민주선 단 1표 지지 '역대 최저'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취임 25일 만에 낙마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참사’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플린 보좌관이 자진 사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사퇴 입장문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임무를 맡기에 앞서 외국 장관 및 대사들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 대사와의 전화통화와 관련해 ‘불완전한 정보’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에 대해 진중히 사과했다”고 말했다.

플린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수차례 대화하며 미국의 대러 제재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궁지에 몰렸다. 더구나 그가 펜스 부통령에게 거짓 해명을 하며 잘못된 초기대응이 이뤄져 백악관에서도 신뢰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초기부터 트럼프 캠프의 국가안보 정책을 맡아온 플린 보좌관의 사퇴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라인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됐다.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키스 켈로그 미 NSC 사무총장이 당분간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트럼프호 각료들의 낙마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은 지난 7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 2명의 반란표로 찬성 50표, 반대표 50표를 받아 낙마 직전까지 내몰린 전적이 있다. 당시 펜스 부통령이 미 역사상 처음으로 각료 인준을 위해 ‘캐스팅보트(결정적 한 표)’를 행사하며 가까스로 위기를 무마했다. 하지만 공교육 관련 경험이 부족하고 교육 민영화 지지, 교내 총기 소지 허용을 주장하는 디보스 장관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해 작은 실수로도 경질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CNN방송에 따르면 디보스 장관은 10일 워싱턴DC의 한 공립학교를 방문하려다 시위대의 항의로 일정을 연기하는 수모를 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낙마가 플린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측근 그룹에서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여론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악관의 입’인 숀 스파이서 대변인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청문회 내내 역외 금융거래에 관한 정보공개 고의 누락 등 의혹에 휩싸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상원에서 찬성 53표, 반대 47표로 가까스로 인준을 받았다. 민주당에서 얻은 표는 단 1표에 불과해 재무장관으로서는 역대 가장 적은 지지를 받았다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인준안 통과 직후 “더 많은 일자리 창출, 테러와의 전쟁, 재정 조달에 공직을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므누신 장관은 골드만삭스 상무인 짐 도노번과 모건스탠리 출신 저스틴 무지니히를 각각 재무부 부장관, 재정담당 차관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금융사 출신들이 감세·환율전쟁 등 미 재정정책을 주도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친월가 행보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