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전반에 혐의 적용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소환 조사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구속영장 재청구에 나선 배경에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검법에서 특검에 허락된 수사기한은 준비기간 20일을 제외한 70일로 오는 28일까지다. 1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이 부회장을 구속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단 12일에 불과하다. 구속 기한(20일)의 60%밖에 채우지 못할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특검은 앞서 지난달 12일 이 부회장에 대한 첫 소환 조사 이후 나흘이 지난 뒤에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게다가 특검은 삼성그룹 외에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는 이른바 ‘배수진’도 쳤다. 그만큼 이 부회장 구속 등 ‘삼성 특혜 의혹’ 수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이 초고속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시선은 구속 수사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보강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의혹을 두고 특검과 삼성 측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는데다 특검이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 명시한 뇌물공여 등 외에 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 혐의까지 추가한 터라 영장실질심사에서 양측 간 치열한 법리 싸움이 예상된다.

특검은 3주에 걸친 보강 수사로 당시 기각 사유들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영장 발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특검이 공정거래위원회 순환출자 관련 청와대 개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상장 특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비, 정유라 말 블라디미르 매입 우회 지원 등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특혜를 받은 적 없다”는 삼성 측 반박도 만만찮다.

게다가 뇌물공여 혐의의 한 축인 최순실(61)씨는 특검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특검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검은 이미 최씨를 불러 조사한 만큼 구속영장 기각 당시 법원이 명시한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첫 영장 청구 때와는 달리 특검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으로 대가 관계를 넓혀 법원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의 뇌물 사건과 달리 ‘합병 등 조치가 먼저 이뤄지고 최씨 지원이 뒤따른’ 기본적인 사실관계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은데다 특검이 확보했다는 물증과 진술도 간접 정황일 뿐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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