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경세, WTO 제소 검토"...무역전쟁 배수진 치는 EU

美 패소땐 피해금액 442조원
글로벌 경제 혼란 휩싸일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품에 국경세를 물리는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데 대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맞설 채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전방위 글로벌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일대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EU를 비롯한 미국 교역국들이 미국의 국경세 부과에 대비해 WTO 제소를 포함한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EU집행위원회의 이위르키 카타이넨 부의장은 “유럽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고 싶다. 이는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국경세나 기타 자의적인 무역장벽을 도입한다면 이에 대항할 의향이 있으며 대응 가능한 메커니즘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EU 내 자체적인 법적 기구도 있지만 일단 우리는 WTO라는 세계적 기구의 일원”이라며 WTO 제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U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의 집권 공화당이 하원에서 국경세 도입을 발의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제품 생산지가 아닌 소비지를 과세 기준으로 삼아 미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반면 중간재를 포함해 해외에서 수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국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국경세가 “회원국들은 수입에 대해 차별하거나 수출을 보조할 수 없다는 두 가지 WTO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차드 본 WTO 무역분쟁 전문가는 “만일 미국이 WTO 분쟁에서 패소하면 무역보복으로 연간 3,850억달러(약 442조원)의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는 과거의 어떤 WTO 분쟁사례보다 크다”고 경고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교역국들의 무역보복으로 발생하는 피해액은 WTO의 역대 최대 판결액보다 100배가량 많다.

국경세 도입은 미국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WTO 규정 준수를 외치는 목소리가 적지 않으며 국경세를 둘러싼 미국 기업들의 입장도 천차만별이다. FT는 미국의 거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나 메이시스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20%의 국경세 부과에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들은 현행 규정이 사실상 수입품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해외 시장에서 미국이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경세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