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암이나 일부 희귀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경우 비용의 50%까지 보험 급여 혜택을 주기로 한 만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반면 정부가 검사 시행 가능 기관의 조건을 깐깐하게 설정해 선점했던 시장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발표된 NGS 유전자 검사 선별 급여 적용에 대한 고시안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NGS 검사는 환자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함으로써 유전자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을 진단하거나 각 개인에게 잘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기법이다. 췌장암에 걸렸던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에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찾기 위해 택했던 검사법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 등 요양기관이 실시한 검사에 한해서만 급여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의 ‘유전자검사 정확도 평가 3회 이상’, ‘승인신청 직전 평가 A등급인 기관’ 등 엄격한 조건을 내걸어 업계에선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로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일부 대형병원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경험이 있는 병리과 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을 상근하도록 한 인력 조건도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소규모 병원에서는 검사를 의뢰조차 할 수 없다고 업계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위 ‘빅5’ 대형 종합병원이 아니고서야 복지부가 내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 병원이 유전체 분석 노하우가 풍부한 기업과 협의해 안정된 검사를 수행해온 현실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번 고시안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환자들이 유전자 검사를 많이 이용하면서 장점을 알게 되면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낙관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소비자에게 NGS 검사 서비스를 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서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미백·탈모 등 일부 유전자에 한해 ‘소비자 직접 의뢰 검사(DTC)’ 판매도 가능하게 됐다”며 “정부와 업계가 좀 더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가 되는 지점을 조금씩 보완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