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허위 사실이 담긴 내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였다는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장모(64·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드라마 보조 출연자로 일하던 장씨의 큰 딸은 회사 관계자 12명에게 강간·강제추행을 당했다. 이후 큰 딸은 고소를 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취하했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장씨의 큰 딸은 결국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니에게 보조출연자 일을 추천했던 동생 역시 언니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졌다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후 장씨는 이들 12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지만,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나 패소했다. 결국 장씨는 최후의 방법으로 보드판을 든 1인 시위를 통해 규탄네 나섰지만 이 마저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법원은 “형사 고소 혐의 사실과 민사 소송 청구 원인은 진실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면서 “보드판 내용이 허위라 하더라도 장씨가 진실을 확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판결문 부언(附言)을 통해 장씨 가족을 위로하고 사과했다.
정 판사는 “법원은 피고인과 두 딸이 겪은 일련의 사건에서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극심한 괴로움을 보며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판결이 참척(慘慽)의 아픔 속에 살아가는 피고인의 여생에 잠시나마 위안이 되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버린 두 자매 안식에 작게 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