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료 비싸고 강의 내용 부실
기업은 채용 가점 인정도 안해
취업 맞춤형 신종 자격증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수강료에 비해 부실하게 운영되는 교육기관이 많은데다 정작 채용기업에서 가점 등을 인정해주지 않아 애꿎은 취업준비생만 봉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케팅 대세로 떠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 자격증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5일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SNS페이스북마케팅전문가·SNS카카오마케팅전문가 등 현재 민간자격으로 등록된 SNS 관련 자격증은 34개에 이른다. 교육 업체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평균 20만~30만원을 내고 온라인 강의를 7~8시간 들으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수강료가 100만원을 훌쩍 웃도는 자격증도 허다하다.
문제는 채용기업에서 자격증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 우리 회사 로고를 함부로 사용하며 자격증 장사를 하고 있어 지적재산권 침해 위반으로 경고 조치를 하고 있다”며 “이런 자격증은 회사 입사 시 가점은 없으며 교육과정 역시 당사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취업 필수 코스로 여겨졌던 자격증도 정작 관련 기업에서조차 무용지물이다. 항공사 입사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CRS(항공권 예약 및 발권 프로그램)자격증·DCS(탑승수속)자격증 등은 관련 교육 업체만 수십 곳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정작 주요 항공사에서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입사 지원 시 국가공인자격증 외 민간자격증은 가점 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설사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입사 지원 시 자격증 여부를 게재하는 항목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취준생들이 관심을 갖는 탑승 수속 등 항공 관련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수십만원 허튼돈, 취준생만 봉
“과장 광고에 단호한 조치 필요”
이 밖에 인적자원개발관리사·스포츠경영관리사·스피치지도사·인터넷마케팅지도사 등도 그럴듯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유명무실해 취준생들 입방아에 오르는 대표적인 ‘블랙리스트’로 꼽히고 있다.
취준생을 겨냥한 유명무실 자격증이 판치는 것은 누구나 일정 요건만 갖추면 자격증 등록, 시험, 자격 부여 등을 가능하도록 한 제도적 환경 때문이다. 제도적 미비 속에 민간자격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민간자격증은 지난 2013년 5,898개에서 2014년 1만1,406개, 2015년 1만7,646개, 지난해 2만3,572개로 급증하는 추세다.
한 취업센터 관계자는 “사설 교육 업체의 광고에 현혹돼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 자격증을 취득했다가 낭패를 보는 대학생이 많다”며 “자격증 등록 자체는 어쩔 수 없더라도 특정 기업과 연상된 과장광고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