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의 다윗, 국내서 나오나

뉴라클사이언스, 창업 1년만에 76억 투자유치
아밀로이드 대신 세포 죽이는 ‘뇌 흉터’에 주목
딱지 만드는 단백질 억제하는 약물 후보군 개발
2019년 진단키트 출시·치료제 임상진입 목표

성재영(앞) 뉴라클사이언스 창업자와 김봉철 대표가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한 뇌졸중 생쥐의 뇌손상으로 발생한 신경교 흉터 부위(녹색)를 가리키고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흉터 부위는 이보다 작은 게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사진제공=고려대의료원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잇따라 실패하며 고배를 마시는 가운데 국내 신생 바이오 벤처기업이 ‘신개념 치료제’로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공할 경우 골리앗을 쓰러뜨릴 ‘항체치료제 시장의 다윗’이 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3년까지 133억달러(약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형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 15년 동안 120건이 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쏟아부은 ‘솔라네주맙’이 그 예다. 이 주사제를 맞은 환자들의 뇌영상(PET)에서 쌓여있던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줄어든 게 확인됐지만 인지 기능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아밀로이드가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치매 원인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므로 이를 제거하면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는 ‘아밀로이드 가설’도 위협을 받고 있다.

다른 단백질을 겨냥한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뉴라클사이언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5년말 설립돼 돌을 갓 넘겼지만 지난해 6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76억여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선도물질 도출 프로젝트로 지난해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지원과제에도 선정됐다.


이 업체는 고려대학교의료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성재영 고려대 의대 대학원 교수가 창업했다. 오랜 연구 끝에 신경교세포에 흉터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고 이미 생긴 ‘딱지’를 제거하면 신경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서 더 나아가 대학 벤처 창업 붐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창업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의 원리는 이렇다.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이를 지지하고 영양·물질을 공급하며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접속부(시냅스)를 형성하는 신경교에 흉터가 생긴다. 나머지 신경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작용인데, 몸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생겨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을 막아 퇴화하거나 죽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면 치매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뉴라클사이언스의 목표는 딱지가 생기게 하는 신규 표적단백질(케모카인 유사 단백질)을 억제하는 최초 신약(First-in-Class) 개발이다. 지금은 다수의 항체치료제 예비후보들을 만든 뒤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시험에 쓸 후보를 선택하는 단계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물론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뇌신경계 질환 치료제로의 확장성도 크다.

김봉철 대표는 “내년 하반기 동물을 대상으로 (약효·독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위해 항체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며 “오는 2019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인데 전임상시험 결과가 좋으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로 신경이 손상되면 케모카인 유사 단백질 분비량이 늘어나는 데 혈액에서 이를 감지하는 체외진단키트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 혈액검사(효소면역검사) 방식으로 혈중 케모카인 유사 단백질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키트에 대해 올 연말쯤 유럽 인증(CE 마크)을 따낸 뒤 미국 치매전문가와 환자·정상인을 정확하게 감별해낼 수 있는 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2019년 미국에서 진단키트 시판허가를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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