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전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면서 기존 뇌물공여 혐의 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와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추가로 적시했다. 삼성이 최순실씨 측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에 78억원을 송금한 과정을 재산 국외 도피로, 명마(名馬) 블라디미르를 구입하는 과정에 편법을 동원해 수익 처분 등을 숨기려 한 과정을 범죄수익 은닉으로 봤다. 비타나V 등 기존 말 두 마리를 덴마크 중개상에게 넘기고 일정액을 최씨가 부담해 블라디미르의 소유권을 넘겨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특검의 추가 혐의에 대해 ‘크게 신경 쓸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는 분위기다. 특검이 이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코레스포츠와의 계약과 마필 구입·매각 계약이 모두 허위라는 전제를 깔았는데 이 부분부터 소명이 안 된 상태여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비타나V 등의 말을 삼성이 보유했다는 사실은 입증이 가능하고 코레스포츠와의 계약을 굳이 문제 삼는다고 해도 이는 컨설팅 계약이라서 외환거래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특검 안팎에서는 ‘영장 단계에서 굳이 넣지 않아도 될 혐의를 넣어 반론의 기회만 준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죄명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구속영장 발부 향방을 결정할 핵심 혐의는 뇌물공여다. 특검의 부풀리기식 혐의 확대가 자칫 자충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 특검인지, 최순실 특검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특검법상 삼성 등 대기업이 최씨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은 조사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특검은 삼성 외 다른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