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보다 콘텐츠로 고객과 소통하는 시대

FORTUNE'S EXPERT | 안병민의 '경영 수다'

우리는 광고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넘쳐나는 수많은 광고 중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이제 광고를 위한 광고는 소비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광고 홍수 속에서 똑똑한 기업들은 콘텐츠를 활용한 브랜드 노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뒤적이다 한 순간에 눈길을 사로잡은 정보. ‘가고 싶고 먹고 싶은 일본 가고시마 맛집 톱(Top) 7’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입니다. 마침 기회가 된다면 조만간 한번 가봐야지, 하던 가고시마였습니다. 게다가, 자고로 해외여행에선 ‘뭘 먹고 와야 잘 먹고 왔다고 소문이 날까’가 무척이나 중요한 이슈입니다. 그러니 가고시마 맛집 정보는 클릭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정보입니다. 첫 장부터 보석 같은 내용들이 넘쳐납니다. 큐슈 3대 라멘 중의 하나인 가고시마 라멘의 맛집 정보에서부터 야키니쿠 전문점, 돈가스 전문점, 케이크하우스 등의 정보가 ‘줄줄이 사탕’입니다. 맛과 가격에 친절도 수준까지 별점으로 표시를 해두었으니 여행객으로서는 그야말로 ‘완소(완전히 소중한)’ 정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옥 같은 정보를 누가 페이스북에 올려두었냐고요? 자세히 보니 여행박사라는 여행사입니다. 여행사가 여행상품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이런 맛집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고객이 더 이상 광고에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소리 높여 자기를 쳐다봐달라 외치는 요즘입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비싼 돈 들여 진행하는 광고가 여기저기 넘쳐납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광고는 곧 무의미한 소음에 불과합니다. 하루 종일 수많은 광고를 접했음에도 밤에 자려고 누우면 생각나는 광고가 없다는 게 증거입니다. 너무나 많은 광고 메시지들이 고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고객의 뇌는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그냥 흘려버리는 우리 뇌의 메커니즘은 신기할 정도로 합리적입니다. 기업의 광고가 진화하는 이유, 그리고 진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들은 더 이상 우리 제품, 우리 서비스가 좋다며 소리 높이지 않습니다. 대신 광고가 아니라 ‘콘텐츠’에 초점을 맞춥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여행박사는 직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직접 발품과 손품을 팔아 수집한 다양한 현지 정보들을 마케팅 소스로 활용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예컨대 이런 겁니다. ‘태국 방콕 여행자라면 꼭 가야 할 루프탑 바 7’, ‘우리 가족만을 위한 새로운 유럽여행 방법’ 같은 식입니다. 이처럼 직관적인 이미지와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 ‘리스티클(Listicle)’로 여행박사는 고객과 소통합니다.

리스티클은 ‘목록(List)’과 ‘기사(Article)’가 합쳐진 신조어로 기사 형식의 목록 자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른바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합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또한 그리 복잡한 개념이 아닙니다. 해당 브랜드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늘 정보가 부족한 해외여행, 목마른데 물을 주니 고객이 좋아하고 그 고객은 다시 여행박사의 자발적 마케터가 되어 이런 정보들을 기꺼이 퍼다 나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단순히 경품을 걸고 벌이는 이벤트를 소셜마케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여타 기업들에게 여행박사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의미와 가치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더 이상 광고가 능사가 아닙니다. 우리의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던 광고는 이제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뒤로 빼고 콘텐츠를 앞장세워야 합니다. 우리 회사의 자랑이 아니라 고객들이 유용하게 여길 만한 콘텐츠에 방점을 찍는 겁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트로이의 목마’ 같은 겁니다. 트로이는 그리스의 정예 병력이 숨어 있는 거대한 목마를 기꺼이 성 안으로 들입니다. 승리의 기쁨에 젖은 트로이를 그리스는 그렇게 함락시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브랜드를 고객이 좋아할 콘텐츠 안에 숨겨놓는(Not Brand But Branded) 겁니다. 물론 우리의 목마는 트로이의 목마와 달리 고객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과의 소통을 용이하게 하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브랜드 자산을 제고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는 더 이상 자사 자동차의 성능과 디자인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근사한 드라이브 코스 10선’ 혹은 ‘잔 고장 없이 자동차를 오래 타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7가지’ 같은 정보입니다. KTX를 타면 항상 접하게 되는 KTX매거진도 브랜디드 콘텐츠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잡지를 펼치면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가득합니다. ‘기차 많이 타세요’라는 단편적 광고가 아니라 ‘홀로 떠난 제천 호반 여행’이나 ‘부산 갈맷길 치유 여행’ 같은 콘텐츠가 고객의 눈길을 끕니다. 그런 콘텐츠가 고객의 발길을 다시 기차로 향하게 합니다. 코레일이 KTX매거진을 계속 발행하는 이유입니다.

현대카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광고 대신 콘텐츠를 제공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예 고객과 다이렉트로 소통하는 미디어 채널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채널 현대카드(channel.hyundaicard. com)’입니다. 여기에다 음악, 책, 디자인,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채웠습니다.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가 한가득입니다. 영화배우 이정재씨가 진행하는 ‘북토크’ 코너에서는 사진작가 이전호씨가 출연해 <홍콩 워터스>라는 사진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깃털 토론’ 코너에서는 방송인 서장훈씨가 조승연 작가, 봉만대 감독과 함께 여행에 대한 재미난 토론을 펼칩니다. ‘디지털’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대한 현대카드의 철학을 보여주는 영상들도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여타 미디어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감성의 콘텐츠를 탑재한 자가채널을 통해 현대카드는 고객과 소통합니다. 어떻게 보면 현대카드는 이제 ‘콘텐츠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지를 고민한 끝에 직접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선보였다”고 이야기하는 현대카드의 비즈니스 상상력에 물개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한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차별적’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핵심은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브랜드의 철학입니다. 그 철학이 차별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이루어 다른 브랜드와는 다른 우리만의 향기로 고객에게 어필하는 겁니다. 검색 몇 번으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콘텐츠 아닌 콘텐츠’가 아니라 우리 색깔이 충만한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제품과 우리 서비스, 우리 브랜드가 갖고 있는 내재적 드라마를 발굴해내는 통찰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겁니다.

마케팅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차별화 전략, 그 열쇳말은 이제 콘텐츠입니다. 단언컨대, 이제 기업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나뉩니다. 콘텐츠가 곧 마케팅입니다.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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