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한국화랑협회장에 선출된 이화익(60·사진) 이화익갤러리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화랑협회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미술 시장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여러 구상을 펼쳐 보였다. 국내 미술 시장은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단색화’ 열풍으로 반짝 호황세를 보였지만 일부 작가와 대형 화랑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을 뿐 화랑협회 소속 150여개사 대다수는 불황의 고통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미술 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324개 화랑 중 201개(62%) 화랑의 연간 작품판매금액이 5,000만원 미만인 데 반해 상위 4개 화랑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등 양극화가 뚜렷했다.
이 회장은 화랑 업계의 위축과 반대로 꾸준히 세를 넓히고 있는 경매회사에 대해 “화랑과 경매업의 분리는 세계적인 추세고 정부도 의지를 보이는 만큼 화랑의 미술품 경매업 겸업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미술경매 시장에서 8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각각 가나아트·갤러리현대를 모태로 설립됐기에 일각에서는 경매사와 특수관계인 대형 화랑이 소속 작가 띄우기 등으로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0월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하면서 화랑의 경매업 겸업 금지를 법제화하는 대신 상생 협약 체결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시절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4개월간 연수한 적이 있는데 관장실에 경매 도록이 항상 놓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미술관이 필요한 소장품을 옥션을 통해 구입하기 때문인데요. 그때 전 세계에 우리 작가를 빨리 알리는 방법은 글로벌 경매회사를 발판삼아 그 도록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는 걸 알았죠.”
이후 화랑주로 변신한 이 협회장은 2005년부터 홍콩 크리스티옥션을 통해 한국 작가를 소개했고 김동유·최영걸 등 무명이던 ‘저평가 우량주’ 화가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 회장은 “화랑과 경매가 경쟁 관계지만 화랑이 국내 전시·판매로만 생존할 수 없을뿐더러 2차 시장인 경매사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경매사와의 대화를 통해 특정 화랑과 관련된(전속) 작가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소개하고 거래하는 방향으로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미술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확대의 뜻도 밝혔다. 올해는 아트마이애미와 콘텍스트아트마이애미 등의 아트페어에 각각 5곳과 10곳의 한국 화랑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