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트렌드, 과학기술이 융합하여 만드는 인더스트리4.0

한석희 사)한국인더스트리4.0협회와 인트리포럼 공동설립자. 현재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인더스트리4.0 전문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기계공학 석사 및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박사. 저서에는 ‘대한민국이여 프론트로딩하라’, ‘디지털매뉴팩처링’,’인더스트리4.0’,’코스트맵의 비밀’ 등이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한국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인더스트리4.0의 홍역을 앓았다. 지나고 보니 이는 지나가는 유행성 홍역이 아니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외면하거나 일시적인 것이니 물러가겠지 하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내면화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마치 코알라가 다른 생물들은 먹지 못하는 독성이 있는 나뭇잎을 먹을 수 있도록 자신들의 장기내부의 바이러스 체계를 바꾼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인더스트리4.0을 잘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체계를 갖추는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국내에서만 대략 100여 차례 이상 인더스트리4.0이란 이름의 행사가 2016년에 줄을 이었다. 이는 금년에도 비슷할 것이라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념적인 논의는 더 이상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2017년부터는 보다 구체적이고, 적용 가능한 것에 대한논의가 이어질 것이고, 당연히 그런 제시가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인더스트리4.0을 설명하는 과정에는 이미 천지인(天地人)사상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많은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진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정작 인더스트리4.0의 주체인 기업에게 있어서 이것이 2개의 트렌드가 만들어내는 융합 작업임을 말하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기업들이 남들보다 더 경쟁우위를 갖추어 시장에서 활동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전제한다면 이런 명제는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인더스트리4.0을 ‘기업이 5년 또는 10년 뒤에도 생존하고 번영하는 문제로 보라’고 역설하는 것도 사실은 이 명제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인더스트리4.0은 사회전반에서 기존의 체계와 환경을 변화시키고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면, 교육 및 훈련 그리고 노동과 직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기도 할 것이다.


기업들은 시장트렌드와 기술트렌드에 대해서 아주 심혈을 기울이고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시장트렌드는 더욱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를 통해 누가 고객인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별기업이 가지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사줄 고객이 누구인가를 정확히 알아내는 일은 기업 경영활동에서 가장 으뜸인 활동이며, 여기서부터 모든 일의 성패가 갈린다. 그 다음에 할 일이 고객이 요구하는 욕구를 충족할 가치를 실제 성취하게 할 기술트렌드로 이해하고 찾아내는 것인데, 이 또한 보통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행히 가용할 기술은 현재 상당히 넘치고 가까이에 존재한다. 따라서 기술을 편집하고 응용하는 능력만 있어도 창조의 대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술의 바탕에는 과학기술의 힘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과학기술이 이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기반이다. 과학기술은 하루 아침에 성과를 내지 않는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기초과학기술일수록 장기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최소 이런 과학기술의 트렌드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성과를 만드는 일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과학기술 발전트렌드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서 새로운 기술트렌드가 나오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내부에 카본 입자를 포함하면 질긴 재질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가용하게 만들고 이를 대량생산에 이르게 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초소재기술을 제품에 실제 응용한 것은 더더욱 최근의 일이다. 누군가 끊임없이 이런 기술트랜드를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다른 이들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것은 눈깜짝 할 사이의 일이 된다. 자동차 부품의 일부를 카본화이버로 만드는 시도를 하는 동안 BMW는 i3라고 하는 전기차의 몸체 전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그런 예 중의 하나이다. 모두가 소극적으로 소심하게 기술 응용을 논의하고 있을 때(예를 들면, 범퍼나 차체 부품의 일부에 적용하는 수준의 논의), 독일 BMW 는 과감하게 기술을 크게 응용하여 차체모듈 전체에 카본화이버를 적용하였다.

이제 이런 시장트렌드와 기술트렌드를 융합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더스트리4.0시대에는 일상사가 될 것이다. 이미 이런 예들이 나타나고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나 구글의 자율주행전기차, 핏빗의 웨어러블 기기가 그 예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카카오택시는 서비스분야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예이다. 놀랍지도 않게 이런 예는 우리 주변에서 수도 없이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런 일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첫 걸음이 바로 시장트렌드와 기술트렌드를 잘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인더스트리4.0이 여기서 나온다. 다음으로 이를 잘 융합해내는 것도 필요하다. 조금 더 나아가 그 다음의 단계까지도 모색할 여지가 있다면 과학기술에 대한 트렌드도 꾸준히 연구하여야 하며 이에 대한 필요한 투자도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인더스트리4.0. 정말 쉽고 간단한 이야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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