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파머스 '소리 없는 돌풍' 심상찮네

모바일 앱 '마켓컬리', 강남 엄마 필수 앱으로 유명세
설립 20개월만에 월 매출 30억원
샛별 배송, 100% 직매입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층 확장
지난해 말 170억원 투자 유치… 올해 600억원 매출 기대

마켓컬리 앱 초기 화면


#10살, 6살 남매를 둔 직장맘 김현경(가명) 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모바일 앱 ‘마켓컬리’를 통해 다음 날 아침에 아이들에게 먹일 식사를 주문한다. 오늘은 식빵, 단호박 스프, 유기농 사과, 유기농 주스 등을 구매했다. 저녁 11시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까지 아파트 현관 앞에 주문한 식품이 잘 도착해 있어 요즘은 일주일에 3~4일은 마켓컬리를 애용하는 편이다. 김 씨는 “전에는 아이들의 아침 식사와 오후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퇴근 길에 마트에 들러야 했고, 때로는 원하는 제품이 없어 허탕을 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면서 “마켓컬리를 이용한 후에는 내가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내 집 현관 앞까지 아침 일찍 배달해주니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본격 서비스에 나선 더파머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가 설립 20개월 만에 월 매출 30억원을 달성하며 ‘오투오(Online To Offline) 업계의 다크호스’로 주목 받고 있다. O2O는 온라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면 오프라인으로 제공받는 서비스다.

마켓컬리는 강남 엄마들의 필수 앱으로 입소문을 타며 설립 20개월 만에 회원수 16만명, 구매건수 월 6만건, 월 매출 30억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 해 매출은 200억원을 넘었고,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총 매출은 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첨단 기술과 식품 산업의 결합을 의미하는 ‘푸드테크’가 뜨면서 마켓컬리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마켓컬리의 차별화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특화된 상품이다. 마장동 한우 브랜드 ‘본앤브레드’의 쇠고기, 디저트 카페 ‘메종 엠오’의 마들렌 등 특화된 상품을 한 데 모았다. 현재 품목만 2,000여개가 넘었고, 카테고리도 신선식품·정육/달걀·가공식품·양념/오일·반찬/간편식·델리/베이커리·데일리플러스·스페셜 등으로 세분화했다. 특히 기존에 백화점 식품 매장이나 유기농 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식재료를 구비함으로써 기존 온라인 쇼핑몰 식품 코너와 차별화했다.


또 하나는 독특한 배송 시스템이다. 신선 제품의 ‘샛별배송’(밤 11시까지 주문하면 이튿날 아침 7시 도착)과 소량 판매 등이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일반 배송처럼 낮 시간대 이뤄지는 게 아니라 주문이 마감된 저녁 11시 이후 새벽 시간대 배송 팀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소량만 주문해도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4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 배송 혜택이 주어진다.

나머지 하나는 상품 발주를 머천다이저(MD·상품기획자 겸 관리자)가 아닌 빅데이터 분석가가 맡는다는 점이다. 계절, 날씨, 주요 이벤트에 맞춰 빅데이터 분석팀이 상품 발주를 진행하는 만큼 철저하게 수치에 기반해서 재고를 관리한다는 게 큰 장점이다.

김슬아 더파머스 대표는 “마켓컬리는 100% 직매입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정확한 소비 예측과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며 “데이터애널리스틱팀이 빅데이터 분석을 전담하며 상품 발주와 재고 관리 등을 과학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성장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더파머스의 경쟁력은 한 축을 유통이, 또 한 축을 정보기술(IT)이, 나머지 한 축을 물류가 담당함으로써 완성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미국 명문대 웰슬리(Wellesley) 칼리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등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며 조직관리 노하우를 익혔으며 한국의 ‘홀푸드(WholeFoods)’를 꿈꾸며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편 더파머스는 폭발적인 성장세와 잠재력에 힘입어 잇따라 투자 유치도 성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UT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7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하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투자에 참여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푸드테크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업체”라며 “향후 중국 등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할만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파머스는 이번 투자금을 물류체계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주문처리를 비롯한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있는 만큼 기술 개선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