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졸업 박성호씨 "천천히 가더라도 목표 향하는 과정서 행복할 수 있어"

세계일주 끝내고 더 큰 세상으로
공부 1등 해도 행복하지 않아
호주 워홀로 여행자금 마련
20개국 도는 힘든 경험 통해
비로소 행복의 실마리 깨달아
대학원·직장 가는 친구들보다
늦었다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1년 더 진정 하고픈 일 찾을 것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와 17일 2017 KAIST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장을 받는 산업디자인학과 박성호(25·사진)씨가 한 말이다.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박씨는 지난해 아우디 최고혁신상(Best Innovation Award)을 받았으며 이번에는 산업디자인학과 우수 졸업작품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그의 학교생활은 평범하지 않았다. “군 제대 후 복학해 1년간 열심히 공부한 결과 학과 1등을 차지했는데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았다”는 박씨는 공부 외에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 비행기 값 80만원과 여비 50만원만 가지고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것이 세계 여행의 시작이었다. 호주 시골의 바나나 농장에서 궂은일을 하면서 세계 일주를 위한 1,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행복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년 동안 전 세계 6대륙 20개국 90여개 도시를 여행하며 답을 조금씩 알게 됐다고 한다. “힘든 환경에서의 도전과 경험으로 물질적인 것은 행복과 상관관계가 없으며 목표가 있다면 과정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소신을 갖게 됐다”며 자신의 경험으로 스스로 깨닫게 되니 가치와 감동이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KAIST정문./사진=KAIST


학교에 돌아와서는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 토크 콘서트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줘 행복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여행기를 정리해 곧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졸업 후 당연히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공부보다 다른 일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1년 동안은 미래에 대해 더 고민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이미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한 친구들에 비해 늦었다는 불안감도 들지만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AIST(총장 강성모)는 17일 오후2시 대전 본교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에서 2017 KAIST 학위수여식을 연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638명, 석사 1,335명, 학사 794명 등 총 2,767명이 학위를 받는다.

학사과정 수석 졸업의 영광은 전기및전자공학부의 송영기씨가 차지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받는다. 이사장상은 기계공학과의 조재형씨, 총장상은 수리과학과의 박민재씨, 동문회장상은 바이오및뇌공학과의 김영훈씨, 기성회장상은 생명과학과의 박지원씨가 받게 된다. 최연소 박사의 영광은 화학과 오서희(24)씨가 차지했다. 오씨는 KAIST 화학과 학사과정을 마치고 석박사 통합과정에 진학해 3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는다. 한편 일란성 쌍둥이인 이혜승·이혜인 쌍둥이 자매는 기계공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이날 나란히 졸업하게 됐다. 언니 혜승씨는 “고단한 대학원 과정에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생이 있어 큰 힘이 됐고 연구와 학업에서도 서로의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았다”며 서로의 졸업을 축하했다./문병도기자 do@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