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프…쏟아지는 악재에 "탄핵" 목소리 커져

노동장관 지명자 사퇴…백악관 이어 내각마저 흔들
공화당서도 각료 인준 반대 늘고 탄핵여론 세 확산
트럼프는 "언론·정보기관 탓" 책임 떠넘기기 급급



정치 문외한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기가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최측근 참모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커넥션’ 의혹으로 물러난 데 이어 15일(현지시간)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자가 각료 후보로는 첫 낙마의 불명예를 안으면서 백악관에 이어 내각마저 휘청이고 있다. 트럼프와 러시아 간 유착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 정보기관들은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며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차단하는 초강수로 트럼프 정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쏠리는 의혹과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언론과 정보기관에 날 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취임 한 달도 안 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은 벌써 세를 형성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갑부내각 중 하나로 지명한 식당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CEO) 출신 퍼즈더 노동장관 지명자가 이날 “각료 지명자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각료로 지명된 후보 가운데 자진사퇴나 상원 인준 실패로 취임이 좌절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퍼즈더 후보는 의회 인준 과정에서 불법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플린 전 안보보좌관이 취임 전 주미 러시아대사와 수차례 접촉해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러시아 커넥션’이 부각돼 경질되자 트럼프 정권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사그라지는 실정이다.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의회 차원의 조사 요구에 동조하고 있다. 당초 퍼즈더의 인준에 반대했던 공화당 상원의원은 2명 정도였지만 플린과 러시아 간 유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확산되자 8명까지 늘어 결국 그를 자진사퇴로 몰았다.

정보기관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에서 보고한 기밀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자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 등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어 정보원이나 정보 취득방식 등 민감한 사항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정보기관들이 과거에도 주요 정보원 보호를 위해 대통령에게도 일부 민감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전례가 있지만 대통령을 믿지 못해 정보를 차단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 의원과 정보기관들까지 가세해 트럼프 정권의 ‘러시아 커넥션’을 물고 늘어지는 가운데 출범 초기부터 일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여론도 점차 세를 불리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서명자가 87만명에 이르고 트럼프가 애용하는 트위터를 중심으로 ‘트럼프를 당장 탄핵하라(#ImpeachTrumpNow)’는 해시태그 운동에도 불이 붙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3주 만에 40%로 떨어지자 영국 도박업체인 래드브록스는 트럼프의 중도퇴진 배당률이 11대10으로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들을 겨냥한 ‘러시아 커넥션’ 조사 압력이 커지는 데 대해 언론과 정보기관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는 이날 아침 트위터에 CNN을 겨냥해 “가짜뉴스 미디어들이 음모론과 맹목적인 증오에 미쳐 있다”면서 “FBI 등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NYT)와 WP에 불법으로 정보를 건넸다. 이는 미국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폭풍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플린 전 안보보좌관 낙마에 따른 인선 실패 논란을 조기에 잠재우려는 듯 이날 그의 후임에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의 로버트 하워드(60) 예비역 중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은 “참모 교체로 트럼프 정부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한 정부의 혼란상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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