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의사 일정 보이콧에 나선 여당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소통의 정치를 펴기로 다짐했던 ‘협치’가 해를 넘겨서도 실종 상태다.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경제·안보 등 각종 이슈마다 힘 겨루기 식 극한 대치를 하면서 자칫 상반기 내내 입법 공백이 우려된다.
이미 2월 임시 회기는 민생법안 처리마저 기약하기 힘든 ‘빈손 국회’를 예고하고 있다. 포문은 자유한국당이 열었다. 야당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단독 처리에 반발해 이틀 연속 상임위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당 정책조정위원회에서 “전체 국회 상임위 불출석은 집권여당으로 자격 없는 한심한 대응”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집권여당이 의사일정 참여를 전면 거부하고 나선 것은 20대 국회 출범 8개월여 만에 벌써 두 번째다. 한국당은 지난해 9~10월 국회의장과 야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일방 처리한 것에 반발해 일주일 동안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한 바 있다. 정국을 안정시켜야 할 여당이 오히려 파국을 불사하면서 야권으로부터 “여당이 ‘야당 코스프레’라도 하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원만한 조율로 의정을 정상화하기보다는 다수의 의석수를 바탕으로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정국 경색을 부추기고 있다. 대선주자 지지도 1~2위를 굳혀가는 상황이어서 “벌써부터 ‘여당 예행연습’을 하며 점령군 행세를 하려는 것이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 같은 정국 불안은 다당 체제로 인해 여소야대 지형이 고착화되면서 한층 심화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협치와 합의 정신을 토대로 한 이상적 입법을 위해 제도화됐지만 오히려 다당제 하에서는 소통의 지렛대가 되기보다는 의사 일정 거부권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돼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 상임위원회 중 비교적 점잖게 운영돼왔던 곳들마저 전쟁터로 바뀌었다. 기획재정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지난 13일 열렸던 미방위의 정부 조직 개편 토론회만 해도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기보다는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장이 돼버렸다.
이런 가운데 경제계가 애타게 처리를 기다리는 경제·민생법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특히 노동 개혁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의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은 사실상 대선 전 처리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4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