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삼성 초유의 위기에 서다

법원 "특혜지원은 뇌물" 결론...사장단협의체 중심 비상경영 돌입

16일 저녁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용차를 타고 심각한 표정으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의왕=이호재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지난 1938년 삼성상회에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를 맞았다. 삼성으로서는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17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대가성이 없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다.


삼성의 특혜지원은 뇌물이며 이 부회장이 의사결정에 관여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특히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특검이 충분히 입증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앞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신규 투자가 중단되는 유형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국내 기업에 대한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무형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소속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국내 주식시장 상장 기업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한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그룹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사장단협의체를 중심으로 현상유지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에 대한 대규모 시설투자에 제동이 걸리게 됐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사장단·임원인사, 사업개편, 미래전략실 해체,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들도 하염없이 미뤄지게 됐다. 임원인사가 끝나야 계열사들이 사업재편에 나서는 등 올해 경영전략을 마무리 지을 수 있지만 총수 구속 사태로 사업방향 수립에 제동이 걸렸다.

/신희철·안현덕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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