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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17일 새벽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 등의 강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지원한 터라 “삼성은 강요·강압의 피해자”라는 변론을 폈다. 지난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때와 큰 틀에서 범죄 사실과 사건 흐름이 달라지지 않아 판단을 달리한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법원은 이 부회장의 지원에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해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의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빼내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뇌물을 박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공한 만큼 죄질이 매우 무겁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앞두고 황 대행에게 수사 기한 연장을 요청한 이유도 이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 구속 수사에 이어 기간 연장까지 성공해 30일이라는 시간을 확보하면 특검은 다시 수사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
먼저 거론되는 게 박 대통령 대면조사다. 특검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만큼 청와대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각종 이유를 내세워 대면조사를 늦추고 있는 청와대 측 ‘지연전략’에 맞설 시간을 번 셈이다. 행정법원이 16일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특검의 요구를 각하하기는 했으나 여유시간이 충분한 만큼 청와대 압수수색도 재준비 작업에 착수해 재차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법원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에서 허락한 기간도 이달 28일까지로 특검은 여전히 열흘가량 시간을 갖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미진했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등 각종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하다.
앞서 남은 시간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롯데·SK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도 다시 손댈 수 있는 계기와 시간을 마련했다. 특검법 2조는 최씨 일가의 국정농단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우 전 수석 관련 의혹 등 총 14개에 ‘수사 중 인지한 사건’까지 총 15개를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수사는 정유라씨 이대 입시·학사 비리,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정도다.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이 부회장 구속 수사와 더불어 수사 기한 연장 승인이 앞으로 특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수사라는 고비를 넘긴 특검이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겪게 될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는 황 대행이 수사 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라며 “승인 여부에 따라 특검의 수사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