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지난해 11월 이후 연례 행사처럼 진행해왔던 일정들조차 미뤄왔다. 매년 12월 1일 사장단 인사를 한 후 순차적으로 임원, 직원 인사를 해왔지만 계속해서 미뤄졌다.
조직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7년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상반기 채용 계획 역시 확정짓지 못했다. 일부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소폭의 조직 정비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순서가 뒤얽히면서 조직 내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지난해 스타트업 문화를 조직에 이식하겠다며 선포한 ‘컬처 혁신’에 따른 인사개편안이 3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편안은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님’ 등 수평적 호칭을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직원들 승격 인사는 사장·임원 인사와 직접적 연관성이 적다고 판단,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매년 3월 중순에 시작했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계획도 오리무중이다. 고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 인재 확보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 공채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등의 대안이 거론된다. 취업준비생들은 매년 1만명 이상의 신입·경력사원을 뽑는 채용시장의 ‘큰손’인 삼성의 공채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파장은 삼성 수준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도 연쇄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협력업체는 4,300여곳, 이들의 고용규모는 6만3,000여명에 달한다.
삼성 관계자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며 “무혐의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고, 다른 문제는 논의선상에 올리지도 못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연간 매출 300조원, 영업이익 3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글로벌 기업이 총수 한명의 신병 문제로 당장 휘청거리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전문경영인들이 각자 위치에서 임직원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에 매진해 위기를 최소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