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대성산업가스 2조에 인수]PEF 제조업 시장에 '메기'

프로그레시브 딜 전환으로
매각 불발 우려 딛고 인수
골드만은 2배 차익 챙겨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대성산업가스를 2조원에 인수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성합동지주(005620)와 골드만삭스PIA는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를 선정했다.

기업가치 기준으로 대성산업가스의 적정 매각가로 예상됐던 1조5,000억원에서 5,000억원이나 올라갔다.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입찰) 방식으로 MBK와 경쟁했던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이날 MBK가 2조원을 제시하자 거래를 포기했다. MBK의 제안가는 매매 대상인 대성산업가스의 기존 부채와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분 6,000억원을 제외하면 1조4,000억원 수준이다. 또 경영권 지분 거래 과정에서 매각자가 해소해야 할 재무적투자자(FI)들의 전환사채(CB) 상환분 2,000억원가량을 포함하면 실제 거래 대상 지분 100%의 거래대금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 인수로 PEF가 굴뚝산업의 ‘메기’ 역할을 할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특수가스 시장이 재편되는 시점에서 MBK의 대성산업가스 인수는 시장 경쟁구도를 확대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산업가스 시장은 지난해까지 대성산업가스를 포함해 린데코리아·에어프로덕츠코리아·에어리퀴드코리아·프렉스에어코리아 등 5개사가 과점형태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합종연횡을 위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며 린데코리아가 에어리퀴드코리아 산업용 가스 사업부와 프렉스에어코리아를 인수해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MBK가 대성산업가스의 새 주인이 되면서 국내 산업가스 시장은 결국 린데코리아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대성산업가스 3개사로 재편되며 확실한 경쟁구도를 갖추게 됐다.

산업용 특수가스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아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PEF에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게다가 글로벌 산업용 특수가스 시장이 4~5개의 과점체제라는 점에서 추후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SK와 효성 등의 전략적투자자(SI)에 재매각이 용이할 수 있다는 판단을 가졌다. 지난해 말 대성산업가스 예비입찰에서 SK그룹과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글로벌 PEF 등 10여개사가 대거 참여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SI인 SK와 효성이 1조원을 밑도는 가격을 제시해 적격예비후보에서 탈락하고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됐던 에어프로덕츠와 린데 등도 인수후보자와의 가격 인식 차이로 인해 자진 철회하며 매각 무산설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본입찰은 MBK와 TPG, PAG 3곳 PEF의 각축장이 됐다. 막판까지 변수로 꼽히던 SK와 효성은 끝내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본입찰에서도 대성산업가스의 차입금이 7,000억원에 달하고 464%에 이르는 부채비율을 이유로 인수후보자들은 매각 측의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했다. 본입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골드만삭스는 가격 상향을 유도하며 경매호가입찰으로 전환하며 2조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MBK가 승기를 잡았다.

대성산업가스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쓰이는 산소나 질소를 포함한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주사인 대성합동지주가 건설과 부동산 분야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며 자금난에 빠져 2014년 골드만삭스에 지분(62%)을 팔았다. 지분 매각 이후에도 대성합동지주 경영권을 행사해왔지만 김영대 대성합동지주 회장이 주식매수선택권(38%의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지난해 말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2014년 당시 대성산업가스 지분을 4억달러(4,715억원)에 사들인 골드만삭스는 이번 매각으로 당시 지분매입 가격의 2배에 가까운 차익을 챙기게 됐다./송종호·지민구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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