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권한대행 측은 일단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 사실을 발표한 직후 “관련 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아직 시일이 많이 남아 빠르게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는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특검법상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은 수사기간이 만료되기 전에만 내려지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의 수사기간은 오는 28일 1차 만료될 것으로 예정된 바 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수세력에 황 권한대행의 지지층이 모여 있기 때문. 게다가 황 권한대행으로서도 자신을 국무총리로 임명한 임명권자에게 ‘칼을 꽂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황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압박도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즉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고나섰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의 수사기간을 기존 70일에서 120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로 알려졌다.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검은 수사 대상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7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수사를 마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여러 차례 토로하기도 했다.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한 다음날인 17일에도 “수사기간 연장 문제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와 맞물려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특검은 현재 삼성 외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는 아직 제대로 착수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구속으로 특검 수사기간 연장에 대한 여론의 압박마저 커지는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황 권한대행으로서는 민심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시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차원에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사실상 수사를 ‘종료’하라는 선언이기 때문”이라고 강변하면서 “미완의 수사로 끝나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냈다.
황 권한대행의 원론적·소극적 입장을 의식한 듯 특검은 수사기간 만료를 무려 12일이나 앞둔 16일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서를 접수했다. 특검법상 기한 연장 신청은 종료 3일 전에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그 이전에 신청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수사 대상이 상당히 많은 만큼 황 권한대행으로서도 검토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을 표면적인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에게 기한 연장을 ‘압박’하기 위해 요청서를 빠르게 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