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법 파산 6부는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파산선고로 향후 3거래일간 한진해운의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23일부터 7거래일간 정리매매를 시작한다. 한진해운은 절차에 따라 파산관재인 주도로 잔여 자산을 매각하고 채권자에 대한 변제를 진행한다. 최웅영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공보판사는 “개인과 기관 간 차별 없이 동일한 수준으로 보상 비율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보상 비율에 대한 판단은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이미 예고된 만큼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상장폐지 재테크’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 6월 만기가 돌아오는 5년물 ‘한진해운 76-2’는 지난해 법정관리 신청 이후 500원대로 떨어졌고 파산일이 확정되며 이달 들어 300원까지 내려갔다. 5월 만기인 ‘한진해운 78’은 지난달 초에는 75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산 결정에도 이달 들어 ‘모 아니면 도’라는 형태의 투기적 거래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 78원까지 떨어졌던 ‘한진해운 78’은 투기적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파산 전 마지막 거래일인 16일 76-2의 거래량은 전일의 5배를 넘어서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한진해운의 채권을 싼 가격에 사들인 후 기업으로부터 현금 또는 주식으로 돌려받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에 재테크에 뛰어들었다. 시장 관계자는 “액면가 1만원이었던 채권이 100원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투자를 주식처럼 쉽게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건설·웅진홀딩스 등 법정관리 발표 직후 저렴해진 채권을 매수한 투자자들이 이후 큰 수익을 얻은 과거 사례도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를 부추겼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진해운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변제받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진해운은 최근까지 미주·아주노선 영업망, 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마지막 남은 주요 자산인 한진퍼시픽도 현대상선에 넘겼다. 회생 사례로 꼽히는 STX팬오션도 채권의 원금 회수율이 20%도 되지 않았으며 대한해운은 4% 수준에 그쳤던 만큼 해운업 회사채 투자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주요 증권사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은 대부분 매각이 마무리됐고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우선 대상인 공익 채권자를 제외한 나머지 채권자가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