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가운데) 미국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16일(현지시간) 독일 본 월드콘퍼런스센터에서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외교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장관이 북한의 핵개발 수준을 ‘핵무장 최종단계’로 인식하고 공동 대응방안을 수립하기로 한 데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달라진 태도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적 무시’ 또는 ‘전략적 인내’라는 말로 북핵·미사일 전략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공세적인 방법으로 북한 문제에 개입할 뜻임을 이번 회담에서 예고했다. ◇틸러슨 “한국 국민 안심해도 좋다”=독일 본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양자 회담은 25분의 짧은 시간 중 대부분이 북핵 문제 해법에 할애됐다. 양국 장관은 북한의 핵무장이 최종단계까지 갔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했다고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북핵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위협이라는 인식 아래 공동의 접근 방안을 만들자”고 뜻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 장관은 지난 12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을 발사한 것에 대해 논의하고 ‘핵무기 운반수단 다종(多種)화’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IRBM을 핵공격 수단의 3대 축으로 완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틸러슨 장관은 핵과 재래식 방어 능력을 총동원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한국 방위공약이 확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한미 간에 어떠한 틈도 없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은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압박에 대한 중국 역할 강조=두 사람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동 방안을 논의하면서, 특히 중국의 대북압박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떻게 하면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는 쪽으로 중국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관심이 많았고 윤 장관은 그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두 사람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함으로써 중국과 북한을 동시 압박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미국이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관은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 장관이 ‘매우 비상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해 긴밀히 조율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한미일 3국 장관 성명 내 북(北) 추가 도발 경고=윤 장관은 이날 한미 양자 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포함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3국 장관은 회의 직후 성명을 발표해 “북한의 12일 탄도미사일 시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명에서 장관들은 북한을 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 행위들이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강력 경고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270호·2321호)상의 모든 의무 및 공약을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 압박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함을 강조한 문구인 것으로 해석된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